LG전자가 구본준 부회장의 CEO취임 이후 현장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 이같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룹에서는 "서울에 있는 각 사업본부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LG전자는 17일 휴대폰 사업 등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를 서울스퀘어에서 서울 가산동으로 이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전은 MC사업본부를 MC연구소가 위치한 가산동으로 옮겨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MC연구소장 출신인 박종석 부사장이 현장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전을 결정한 것"이라며 "분산돼 있던 조직과 역량을 결집하는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연구소와 독산역 근처 가산 R&D(연구개발) 캠퍼스를 아울러 LG전자의 휴대전화사업 헤드쿼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서울에 있는 HE(홈엔터테인먼트)와 HA(홈어플라이언스), AC(에어컨)사업본부의 일부 조직 및 인력이 경기도 평택이나 경북 구미, 경남 창원 등 각 생산공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MC사업본부의 헤드쿼터 이전을 신호탄으로 현장경영 방침이 강화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LG전자의 서울 본사는 LG트윈타워에 있으며 각 사업장은 서울 가산동 R&D캠퍼스 외에 평택 디지털파크와 청주사업장, 구미사업장, 창원 1· 2 공장 등이다. TV제품을 개발하는 LCD TV 연구소의 경우 평택에, PDP TV를 개발하는 PDP 연구소는 구미에 있다.
TV와 모니터 중심의 HE사업본부는 과거 김쌍수 전(前) 부회장 시절 구미에 헤드쿼터가 있었고 냉장고 등 백색가전의 HA사업본부는 창원에, 에어컨사업부도 창원에 각각 헤드쿼터가 있었다.
남용 부회장 시절, 사업본부장들과의 빠른 커뮤니케이션 및 의사결정을 위해 각 사업본부의 일부 조직과 인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로 이동했고, 지난 8월 LG트윈타워 리모델링 공사로 MC, HE, HA, BS(비즈니스 솔루션)사업본부의 조직 및 인력이 서울스퀘어로 이전했다.
내부에서는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구본준 부회장으로 체제가 바뀌면서 생산 현장과 기획, 마케팅, R&D, 지원 등의 부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헤드쿼터별 조직과 인력을 현장으로 모아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사장 시절에는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심장부가 된 파주공장을 설립이전부터 이후까지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로 현장을 챙기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LG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모든 것을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강조할 정도로 현장을 강조한다"며 "MC사업본부의 가산동 이전은 과거 김쌍수 부회장 시절 각 사업본부 헤드쿼터가 실질적으로 지방에 있었던 점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각 사업본부의 인 서울(in Seoul) 시대가 끝나고 과거로 돌아가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며 "12월 조직개편 전후로 이런 점들이 정리되지 않겠나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각 사업본부의 헤드쿼터는 예전부터 모두 지방에 있었고, 해외영업과 마케팅 등 서울에 있던 조직과 관련인력은 그대로 서울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