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청와대나 정부의 반응은 달랐다. 특별사면 명단에서 기업인들의 이름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라는 더욱 강화된 정책을 들고 나왔다. 기업경영권 보호책에 대해선 재경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장면 2) 2006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얼마 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분양원가 공개 확대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도 노 대통령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민간부문의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따른다"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청와대와 여당, 재경부가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깜빡이는 왼쪽, 회전은 오른쪽?
사물놀이가 신명을 돋우는 이유는 북, 장구, 꽹과리, 징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사물놀이패도 흥이 나고 듣은 이도 어깨를 들썩들썩한다. 그런데 악기들이 따로 노는 사물놀이를 생각해보자. 꽹과리는 꽹과리대로, 징은 징대로 논다면 모두가 짜증만 날 것이다.
지난 정부가 보여준 규제완화정책은 이처럼 '따로노는 사물놀이' 같은 사례가 많았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정부가 각종 규제들을 놓고 심심찮게 이견을 드러내다보니 기업등 시장 참여자들은 항상 혼란을 겪었다.
대표적인 기업규제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놓고 벌여온 불협화음만 놓고 보자. 지난 2006년 여당의 정책위 의장은 "출총제는 어차피 한시적으로 운영될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건을 완화해 투자가 활발히 될 수 있도록 공정위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총제는 한시적인 제도가 아니다"라며 "그동안의 결과를 보고 내년에 재검토하겠다"고 바로 반박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입장에 대해 주무부처가 반기를 들고 나선 셈이다.
여기에 같은 정부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되려 `완화`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물론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다른 시각이 터져나오면서 기업들은 혼란스러운 나머지 아예 손을 들어 버렸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마치 왼쪽으로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을 해버리는 초보운전자의 모습이 연상됐다"고 회고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의 경우도 경제부총리가 시행연기를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묵살하고 예정대로 강행했다.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사령탑의 말이 하루아침에 뒤집히고,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따로노는 사물놀이`는 이제 그만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 역시 '규제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끝없는 논란을 벌여온 출자총액제한제도, 수도권 규제를 비롯, 기업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상당수의 규제들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기업들의 기대수준 역시 한껏 높아지고 있다.
그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사전조율없이 이런저런 얘기들이 먼저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체제를 갖추지 못할 경우 지난 인수위원회에서 보여준 영어교육 논란 등이 '덜 익은' 정책이 불거질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부보다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선 청와대와 정부, 여당 등이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공통된 시각을 갖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마다 마음대로 북, 장구, 꽹과리를 쳐대는 '따로노는 사물놀이'는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또 그런 식의 사물놀이는 지금까지 들어온 것만해도 충분하다. 기업들은 이제 조화롭고 절로 흥이나는 사물놀이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