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경보기 삼성 구조본 "높이 날았다"

이학수→부회장, 김인주·박근희→사장..총승진 7명중 3명 차지
매년 10조원대 이상 수익기반 공 인정
  • 등록 2004-01-13 오후 1:15:30

    수정 2004-01-13 오후 1:15:30

[edaily 김수헌기자] 13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그룹 경영의 `조기경보기`로 불리는 구조조정본부 소속 인사들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이번 인사에서 이학수 본부장은 부회장으로, 김인주 부사장(재무팀장)은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또 박근희 부사장(경영진단팀장)은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승진 전보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한 7명 중 3명을 구조본이 배출, 위용을 과시했다. 수년간 인사 때면 끊임없이 나돌던 이학수 본부장의 부회장 승진이 이번에는 현실화됐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에도 부회장 승진후보 1순위로 거론됐으나 본인의 강력한 고사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구조조정본부장은 사장이든 부회장이든 직위는 중요치 않다"고 말해 부회장 승진에는 별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역시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부회장 승진이 물건너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돌았으나, 결국 부회장 승진 대열을 이끌었다. 삼성그룹은 "이 본부장이 매년 10조원의 수익을 내는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초일류 기업도약의 초석을 다지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공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삼성사관학교`로 불리는 제일모직 재무팀 부장을 거쳐 지난 85년 이후 거의 대부분을 그룹 내 인재집합소로 통하던 비서실에서 보냈다. 96년 삼성화재 사장으로 일선경영 현장에 나가있던 그를 이건희 회장이 비서실로 다시 불러들이면서 고수익 내실위주 경영을 진두지휘토록 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라는 이유로 노 대통령의 재계 인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기업 지배구조는 주주가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나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소신있는 발언을 곧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인주 재무팀장은 서울 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지만, 입사 이래 재무 회계쪽만 맡아온 전형적 재무통이다. 97년 상무 승진 이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공을 인정받아 전무를 거쳐 2년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 사장은 부장 이후 1~2년마다 한단계씩 오르는 고속승진코스를 밟아왔다.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현황을 꿰뚫고 영향력을 미치는 이학수 본부장의 `오른팔`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본부장과 김인주 사장 내정자가 승진과 함께 구조본에 그대로 체류하는 반면, 박근희 경영진단팀장은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승진 이동한다. 경영진단팀은 그룹 감사총괄 조직으로, 계열사와 사업장 임직원들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지적하기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은 박 부사장을 삼성카드와 합병이 예정돼있는 캐피탈 사장으로 보내면서 `전격발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여타 그룹 및 은행업종 카드사 경영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삼성캐피탈 부문의 조기경영 정상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표현이라는 것. 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은 구조본 경영진단팀장을 6년동안 역임한 구조조정 베테랑으로, 업무 기획력과 추진력이 한치 오차없이 완벽하다는 평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박사장이 과거 삼성카드 유석렬 사장과 3년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을 살려 카드 정상화를 앞당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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