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헬스장·수영장 등 체육시설업에서 가격을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아직 관련 규제를 심사하고 있어 개정안이 연내에야 도입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업주들을 고려해 다소 지연됐다는 입장이지만, 시설마다 천차만별인 이용요금을 하루 빨리 명확히 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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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체육시설업 매장 안과 밖, 업체 홈페이지가 있다면 홈페이지에도 가격을 공개적으로 고시하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이 당초 예정이었던 9월이 아닌 연내 시행으로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참작했다는 사정이지만, 체육시설마다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가격을 알아보는 번거로움을 감수했던 소비자의 불만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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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부 체육시설업장에서 사업주가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소비자가 가격 문의를 위해 전화 또는 방문 상담이 불가피했다. 특히 가격을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사업주의 ‘꼼수’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피해도 늘어났다. 소비자가 업체별로 천차만별인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는 커녕 횟수에 따라 1회당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을 등록 직전에 알게 돼 당황스러웠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토로하는 경우도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공정위는 내부 심사 과정이 끝나는 대로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에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한 다음, 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 고시에 따르면 체육시설 운영업종의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과 요금체계(기본요금 및 추가 비용) 등은 사업장 게시물 혹은 등록 신청서에만 의무로 명시하게 돼 있다. 개정안은 표시광고법 제4조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중 체육시설 운영업종의 중요정보 항목 부분이 폭넓게 수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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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앞에서 ‘석 달에 10만원’이라는 광고 전단을 보고 헬스장에 가격을 문의했다는 이모(25·여)씨는 “무슨 조건인지 검색해도 안 나오고 전화했더니 상담받으러 와야 알려준다고 해서 너무 불편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필라테스 전문점에 가격 문의를 했던 김모(23·여)씨는 “할인가는 방문 상담 때 알려준다며 스튜디오에 방문해 기구를 구경해보라고 했다”면서 “겨우 시간을 내서 방문했지만 한 회당 비용이 8만~10만원에 육박해 결국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고 소비자에 대한 우롱을 멈춰달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일부 업주들은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에 헬스장 개업을 앞둔 김모(28·남)씨는 “메시지로만 가격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서 사실 등록률을 높이려면 업주로서는 직접 방문을 권하는 것이 좋다”며 “이용 횟수별로 비용이 널뛰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도 “보통 상담하면서 고객분들에게 가격을 안내해 드리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초반에는 업주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 손님이 잘 안 오는데 가격 고시 이후엔 가격 경쟁이 심해져서 서로 단가를 내리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