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수목장 선택..소박한 장례식 후 자연으로

구본무, 생전 "장례문화 개선해야" 의지
친환경 장묘방식..재벌 총수 가운데 처음
  • 등록 2018-05-22 오후 5:26:31

    수정 2018-05-22 오후 8:22:58

고(故)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경기도 광주시에 조성한 ‘화담숲’. 사진=LG상록재단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고(故)구본무 LG(003550) 회장은 생전 매장 중심의 우리나라 장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재벌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수목장’을 택했다.

고인은 평소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로 전 국토가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의 땅으로 변질하고 있다”며 “전국 명당이라는 곳마다 산소가 만들어져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목장(수목형 자연장)은 친환경 장묘 방식이다. 골분을 나무 밑이나 주변에 묻는 방식이다. 지면으로부터 30㎝ 깊이로 흙을 판 뒤 자연 분해되는 용기에 골분을 담아 묻고 자작나무나 참나무 등을 심는다. 봉분이나 비석, 상석도 놓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장지를 구인회 회장이 묻혀있는 부산 선영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LG가(家)의 유교적 가풍 때문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자신이 직접 조성한 경기도 광주 곤지암 근처의 화담숲 인근으로 돌아갔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의 ‘화담’은 구 회장의 아호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생전 숲을 가꾸는데 많은 정성을 쏟는 등 자연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1995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1997년 설립한 ‘LG상록재단’도 자연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아울러 상록재단은 1998년부터 한국 장묘문화 개혁을 목표로 내세운 단체를 지원하고, 각종 사업이나 캠페인을 후원했다. 구 회장은 이때 고건 국무총리 등과 함께 사후 화장 서약도 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장묘문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LG관계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해를 매장하지 않고 화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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