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과의 처음 만남
기자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무척 확고한 편이다. 국내 소비자들처럼 사실 자동차 분야에 종사하는 미디어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이 독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자는 캐딜락을 가장 먼저 뽑고 그 뒤로 혼다, 볼보 그리고 푸조, 시트로엥 등 뭔가 마니악하면서도 ‘무엇 하나 명확한 자신들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마쯔다도 있지만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가 아니니 제외를 하자.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푸조 508은 분명 달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푸조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효율성을 지향하는 중형 디젤 세단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차량’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3개월 전 ‘알고는 있지만 관심은 없었던’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주행 거리가 단 30km 남짓 된 508을 받은 후 롱 텀 시승기의 첫 번째 콘텐츠로 연비 체크를 선정했다. 푸조의 가장 대표적인 강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인제스피디움으로 향하며 첫 연비 체크 겸 길들이기에 나섰고, 그 결과 리터 당 20.8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수한 효율성은 푸조라는 브랜드가 가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으니 효율 이외의 것들을 찾아야 했다.
물론 이 고민은 실제로 푸조 508의 키를 건네 받았을 때부터 시작됐다. 키를 받는 와중에도 머리 속에서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연비가 좋을 테니 유지 부담은 덜하겠구나’ 라는 것과 ‘과연 시승 기간 동안 연비 외에 어떤 매력을 찾아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었다.
효율성이나 다시 설명하면 입 아픈 부분이니 넘어가고 우선 부드러운 엔진, 사실 푸조의 디젤 엔진은 자신이 디젤 엔진 임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정숙성 부분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차나 저속으로 움직일 때 디젤 엔진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거나 진동이 심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나 디젤 엔진이야’라며 자신의 신분만 드러내는 편이었다.
주행의 편안함은 사실 시승을 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다. 푸조 508 1.6 디젤 엔진의 수치는 120마력과 30.6kg.m로 중형급 차체에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는 출력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치열한 중형 세단 경쟁에 참전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또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활동 역시 문제가 없다. 특히 연속된 코너나 요철을 넘을 때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서 부드럽고 여유롭게 표현한 점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과 또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시승을 하며 서비스 센터를 들리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실제로 차량을 전달 받고 약 2800km를 주행했을 무렵 과천에 위치한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상태를 진단했다. 그리고는 스 센터를 찾았다. 서비스 센터의 직원들이은 508의 상태를 둘러보고 워셔액의 잔량 등을 확인했다.
그 사이 아닌 고민이 이어졌다. 그건 바로 엔진 오일 교체가 주제였다. 서비스 센터의 어드바이저는 “푸조 브랜드는 10,000km에 한번씩 엔진 오일을 교체하라”고 설명 했지만 길들이기 초반에 생긴 철가루를 제거하고 또 부드러운 엔진의 반응을 기대하며 과감하게 엔진 오일을 교체했다. 물론 그 결과는 이후로 꾸준히 이어지며 ‘더욱 부드러운 푸조의 디젤’을 느낄 수 있었다.
푸조 508 롱 텀 시승기의 구성을 살펴보면 알 수 알 수 있는 것이 롱텀 시승이 처음에는 기자 개인 감상에 집중했다면 시승 중반부터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고 함께 차를 타보는 시간을 들렸다. 덕분에 기자는 차량을 타보고 싶은 사람 중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전화를 놓지 않았던 적도 있다.
먼저 508의 스티어링 휠을 잡은 건 30대 게임개발자 오승민 씨. 가솔린 세단을 선호하고 스포티한 차량을 선호했던 그 역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등생’이라는 표현을 하며 부드럽고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뛰어난 연비에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1.6L 디젤 엔진이 아닌 2.0L 급 디젤 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경쾌함 역시 칭찬의 대상이었다.
지난 3개월, 사실 짧다면 짧고 또 길면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처음과 달리 푸조 508와 헤어져야 한다는 점에 내심 마음이 걸렸다. 물론 늘어난 주행 거리만큼 어느새 정이 들었다. 단순히 정 외에도 차량에 대한 호감도 점점 올라갔다. 처음에는 그냥 푸조 508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508을 옹호 하는 스스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지난 3개월의 롱텀 시승은 많은 변화를 남겼다. 기자 개인에게는 푸조가 더 이상 소형 라인업에 한정된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시승할 때에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시승 기간 동안 워낙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사실 시승 막바지에는 반납 일정을 무시하고 조금 더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합의 되지 않은 상태로 일방적으로 반납의 일정을 어길 수 없는 법이니 정해진 일정에 맞춰 508을 되돌려 보내고, 그렇게 3개월에 걸친 푸조 508 롱텀 시승이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