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미국은 지고, 중동과 러시아 같은 산유국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오일달러로 미국 무력화..`러시아 부활`
중동 국가가 오일달러로 경제를 재건하면서, 개발도상국으로 여겨졌던 중동의 국력이 미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오일달러가 금융시장에 투자한 자산 규모는 총 3조 8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최대 은행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한 아부다비 투자청의 자산 규모는 일본은행(BOJ)과 맞먹는 9000억달러에 달한다.
오일달러가 지난 3년간 국외에서 1243억달러의 자산을 사들였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집계했다. 두바이는 미국 나스닥과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굵직한 영미권 거래소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부시 미국 행정부는 금융 제재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압박했지만, 이란은 유가 급등세를 타고 압력에서 벗어났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쿠바와 남미 국가에 싼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미국의 아메리카 장악력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미국도 아프리카도 高유가로 가난해져
산유국들이 고유가의 양지에 서있다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도 그늘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빈국(貧國)의 국내총생산(GDP)은 1.5% 감소한다고 집계했다. 아프리카 남동부지역 국가인 말라위는 모든 에너지원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GDP가 2.2% 감소한다.
중국부터 말라위까지 많은 국가들이 고유가 보조금을 없애면서, 개인의 유가 부담이 커지는 점도 부담.
반론도 있다. 미국 가처분 소득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6%에서 현재 4%로 줄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자동차업계 실직이 미국사회에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고유가의 힘은 경시할 수 없다.
◇美 자동차 지고 日·유럽 뜨고..항공산업 구조조정
일본 자동차에 밀려 고전 중인 미국 자동차 산업은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에너지 자동차 기술이 한발 뒤쳐진 상황이어서, 고유가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형 엔진과 소형차종에 강한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혼다가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보다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폭스바겐과 르노 같은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업체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요타는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시험 운전 중이지만, GM은 자체 기술로 오는 2010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 `시보레 볼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정유업계에서도 미국기업의 쇠락 기미는 역력하다. 유전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정유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사우디 아람코와 페트로차이나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엑손모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유류비 할증으로 고유가 부담을 승객에게 넘긴 항공산업도 유가가 더 오르면 힘들긴 마찬가지. 항로 거리를 단축하고, 소형 항공기로 대체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