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워치)유가와 10대 뉴스

  • 등록 2005-12-23 오후 5:00:43

    수정 2005-12-23 오후 5:00:43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모레가 크리스마스다. 한해를 차분히 정리할 시점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올해의 10대 뉴스가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올해 경제부문 10대 뉴스의 앞자리는 `유가`가 차지하고 있다. AP통신 10대 뉴스에서는 유가 상승이 1위를 차지했고, 마켓워치에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유가가 올해 경제계의 최대 화두였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팩트`외에도 영향력 면에서 다른 이슈들을 압도하고 있다. 고유가가 아니었더라면 10대 뉴스에 포함되지 못했을 다양한 사건들이 올해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고유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GM 경영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근로자들의 고임금과 연금·의료보험 부담도 있었지만 주력 모델들이 고객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GM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GM의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는 `기름먹는 하마`로 불리며 고유가 시대의 천덕꾸러기가 됐고, 현대와 도요타, 혼다 등 아시아 메이커들의 중소형 모델과 하이브리드카는 북미시장에서 괘속으로 질주했다.

GM의 경영위기는 델파이 파산보호와 겹치면서 왜고너 회장을 궁지로 몰아 넣었고, GM 주식매집에 나선 기업사냥꾼 커코리언은 화제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의 GM 신용등급 강등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GM쇼크`를 불러왔다.

미국 3,4위 항공업체인 델타와 노스웨스트의 파산보호 신청도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이 큰 몫을 했다. 항공사 총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저가 항공사들의 공략으로 항공사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델파와 노스웨스트의 가세로 미국 7대 항공사중 4곳이 파산보호의 우산을 쓰게 됐다.

GM과 포드 등 대형자동차 업체의 몰락과 항공사들의 줄도산은 올해 경제계 10대 뉴스중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고유가의 파급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원유가와 휘발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귀금속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고, 금가격의 상승은 구리 등 상품가격 급등을 촉발시켰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각국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인식을 새롭게 다지며 동반 인상에 나섰다. 금리인상 기조는 또 다른 이슈들을 만들어냈다. 부풀어 오르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계속된 금리인상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외 금리차에 의한 통화가치의 변화도 불러왔다. 달러화 강세는 엔약세로 이어지며 일본 수출기업의 도약을 이끌었고, 수출주가 주도하는 일본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가 몰려들며 랠리에 물이 붙었다. 엔화 약세와 수출호조를 등에 없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GM 추월의 꿈을 현실로 이뤄내고 있다.

금값 500달러 돌파, 부동산 거품해소, 세계적 금리인상 등도 올해 10대 경제뉴스의 단골손님들이다. 허리케인으로 촉발된 고유가가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대형 이슈들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이 정도면 올해 경제부문 최대 뉴스로 손색이 없다.

10대 뉴스 얘기를 하다보니 왠지 아쉽고 우울하다. 경제부문의 10대 뉴스는 유가가 장악했지만, 정치·경제·사회를 종합한 세계 10대 뉴스에는 줄기세포 파문이 앞자리를 차지할 것 같아서다. 사이언스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획기적 연구성과가 실릴 때 까지만 해도 명예로운 10대 뉴스 후보였지만, 이제는 세기적 논문 조작 스캔들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테니 허탈감이 더하다.

내년에는 무언가 기분 좋은 소식으로 우리나라가 10대 뉴스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발빠른 언론들은 벌써 `내년 10대 뉴스` 전망을 내놨다. 월드컵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이 내년 세계 10대 뉴스에 올라 올해의 불명예를 씻어 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가 우리의 캐치 프레이즈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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