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최근 대표적인 서민주택인 다세대·연립주택 등이 무더기로 법원경매시장에 쏟아지면서 세입자들의 보증금 확보는 물론 금융기관들도 대출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1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집값 하락에 따른 감정가격의 급락과 투자자들의 입찰 회피가 겹치면서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초저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낙찰된 돈으로 배당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는 물론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도 피해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인 서울 양천구 목동 샤인에버빌 다세대 24평형의 감정가는 1억3000만원이며, 최저가는 6656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주택에 대한 금융기관의 채권 청구액은 무려 1억856만원에 달한다.
또 이 물건은 세입자와 경매집행비용 등 우선으로 배당해야 하는 배당액이 1900만원으로 사실상 낙찰가율이 감정가 수준에 근접해야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다세대·연립의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초저가 낙찰도 속출해 지난달 27일 인천지법 12계에서 진행된 인천시 남구 숭의동 다세대 25평형의 경우 최초감정가 6500만원에 3회 유찰을 거쳐 최저가 2295만원에 입찰이 진행됐다.
결국 최종 7명이 경합을 벌여 3025만원에 낙찰됐지만 낙찰가율은 46.5%에 불과했다.
◇다세대·연립 가격하락에 금융권 대출확대가 피해 불러
이처럼 다세대·연립의 낙찰가율 하락에 따른 금융권 피해가 속출하는 배경엔 다세대·연립의 신축이 최근 2~3년간 급증한 데다 금융기관들의 마구잡이 대출이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천지역의 경우 지난 2001년초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다 영종도 신공항 건설 등 각종 호재가 맞불리면서 다세대·연립주택 신축 붐이 일었다.
여기에다 당시 저금리 영향으로 금융기관이 앞다퉈 분양가의 최고 80%까지 파격적으로 대출세일을 벌임에 따라 실입주금 1000만~2000만원으로 내집마련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자 아예 채무상환을 포기해 경매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경매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지난 7월 다세대·연립 경매물건수는 8232건으로 작년 8월 3225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7월 수도권 경매진행 총물건수가 1만4434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세대·연립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서울지역만 하더라도 다세대 및 연립주택의 경매 물건수는 지난해 8월만 하더라도 484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3월 1212건으로 1000건을 넘어선 이래 매월 1000여건의 물건이 입찰에 부쳐지고 있다. 또 낙찰가율(최초감정가를 낙찰가로 나눈 비율)도 작년 8월 80.5%에서 지난 7월 73.5%로 7.0%포인트가 떨어졌다.
인천지역의 경우는 경매 부동산의 80~90% 내외가 다세대·연립으로 지난달 26일 인천지방법원 경매 17계에서 진행된 158건 가운데 다세대·연립주택이 136건으로 86%를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매법원이 9개의 경매계를 운영하는데 반해 인천지방법원은 전국의 55개 경매법원 가운데 가장 많은 24개의 경매계가 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은행대출을 안고 집을 구입한 소유자들은 집값이 폭락을 거듭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자 아예 채무상환을 포기해 결국 경매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대항력이 없는 세입자들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 해당되더라도 최고 1600만원 밖에 보호받을 없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