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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처음으로 한강에 얼음이 얼었다고 하지만 여의도를 휘감고 있는 공기는 뜨겁습니다. 여의도 서쪽(국회)에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당간, 정파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쪽(증권가)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지수가 연일 올라 1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정치와 경제, 떨어질수 없는 관계입니다만 최근에는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별개로 움직입니다. 주식시장이 바라보는 대선 전초전을 증권산업부 김희석 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2~ 3년전 부터 증권가에서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증권사의 시황데일리에서 정치변수를 볼수 없다는 점입니다. 무슨 무슨 게이트, 조사설 등이 계속 불거져도 주식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증권업계 한 인사는 몇년 전만해도 "정국(政局)냉각 같은 재료는 주식시장에 적지않은 부담을 작용했는데 최근에는 소위"국기를 흔들만한 일"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주식시장에서 정치변수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로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금액기준으로 37%정도의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인데 이들은 정치와 경제를 철저하게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줄어들었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수 있다해도 트렌트를 바꿀수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정치에 대해 담담할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규모가 적었을 때는 대통령선거를 치르면 전국이 떠들썩했고 "특수"가 일어나기도 했은데 지금은 선거를 "캠페인"정도로 생각할 정도로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선거의 위상이 독립변수에서 점차 경제의 종속변수로 위축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수 없습니다. 한 증권전문가는 "선거실시가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선거가 어느 경기국면에 실시되었는지가 더 관심사"라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92, 97년 대선이 경기하강 막바지 국면에 실시됐고 올해선거는 경기회복 초기국면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즉 테러전쟁,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등에도 시장이 꿋꿋한데 선거는 변수가 되기 힘들다는 겁니다.
정권교체를 경험한 상황이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는 인식도 적지않습니다.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도 경험했고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도 경험했는데 큰 차이는 없었다고 시장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정당이나 정파간에 정책적인 면에서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대통령이 누가되든 자유경제를 지향하고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정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정치 변수가 줄어드는 것이 선진시장을 닮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경기회복과 선거가 맞물리며 물가 상승세가 가시화될 가능성입니다. 또 선거국면이 폭로전으로 비화한다면 결국 타겟은 금융시장일 것이라는 점도 긴장하는 부분입니다.
임오년 새해의 한주가 지났습니다. 주식시장은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며 올해 경제에 대해 청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여의도를 바라보며 국민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정치권의 리더쉽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