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제사회 비판에도 라파 공격 강행…美 "정책 변화 없어"

이틀만에 라파 또 공격·탱크도 투입…최소 29명 사망
이 "민간인 피해 줄이기 위해 예방 조치 취하고 있어"
백악관 "대규모 지상전 없어…레드라인 넘지 않아"
거세지는 美대학가 반전 시위…11월 대선 영향 미칠듯
  • 등록 2024-05-29 오전 10:17:15

    수정 2024-05-29 오전 10:17:1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판 및 반대에도 라파 공격을 강행했다. 미국은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대규모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입장은 유지했다.

이스라엘군이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AFP)


28일(현지시간)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관리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와 라파 비상위원회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몰려 있는 두 지역을 공격해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현재 라파 지역에는 100만명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에서 대피한 상태다.

첫 번째 공격은 새벽 3시경 라파 서부 탈 알술탄 난민캠프를 겨냥해 이뤄졌고 최소 8명이 사망했다. 이날 공격을 받은 곳은 이틀 전 공습으로 최소 45명의 사망자 및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또다른 난민 수용소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엔 남부 해안 마을인 알마와시의 난민 수용소에 대한 공습이 진행됐다. 이 공격으로 최소 21명이 숨지고 6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중심가에 탱크도 투입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소 5개의 이스라엘 전투 여단이 필라델피아 회랑이라고 불리는 라파와 이집트 국경 지역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서쪽으로 진군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에 반해 라파 공격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날 CNN에 “하마스의 군사·행정 역량을 해체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스라엘 남성, 여성, 어린이에 대한 하마스의 고의적인 공격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며,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행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우방국인 미국은 민간인 피해가 지상전이 아닌 공습에 의해 이뤄진 만큼 이스라엘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대(對)이스라엘 정책엔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라파에서 신뢰할 만한 민간인 보호 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채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의 행보가 레드라인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간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거론할 정책 변화는 없다. (라파 난민촌 화재에 대한) 이스라엘의 조사 결과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프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ICC는 영장 청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ICC에 대한 제재 역시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강행으로 미국에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전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젊은 유권자들의 이탈이 심화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예측했다.

미국 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8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앞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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