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금, 달러처럼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던 달러 대비 엔화 가격이 역대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상품을 통한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26엔 중반으로, 연초 이후 1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엔화당 원화값도 3년 만에 10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엔화 가치가 빠르게 내려갔으나, 단기간에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권했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TIGER 일본엔선물’은 지난 15일 기준 최근 한달 동안 710원(-6.87%) 하락한 9625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장중에는 52주 최저점인 9440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해당 상장지수펀드(ETF)는 KRX 엔선물시장에 상장된 최근월종목 가격을 대상으로 산출되는 ‘엔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유일한 엔 선물 ETF다. 환헤지는 시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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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빠진 만큼 거래량은 늘어났다. 순자산 총액 67억원 규모로 지난 2월 일 평균 거래량은 1640주에 불과했다. 엔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달에는 8315주로 늘어나더니 이달에는 2만4430주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부터 15일까지 최근 한달 동안 개인 투자자는 26억5931만원어치 순매수하기도 했다. 평소 거래량 등을 고려하면 저가 매수 자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엔화 선물 지수 기반 레버리지와 인버스, 인버스2X는 지난해 3월 상장폐지됐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상장된 엔 선물 시장 규모가 달러 대비 매우 작아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엔화 약세 요인이 된 물가 상승이나 국제 유가 급등 등이 당분간 해소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접근을 권한다”고 말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환차손으로 수익이 깍여 나가는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져 이때 ETF 등 금융상품의 환헤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KINDEX 일본Nikkei225(H)’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7%, ‘TIGER 일본니케이225’은 -0.41%을 기록했다. 둘 다 일본 동경증권거래소 1부 시장 상장 유동성이 높은 종목 중 섹터 요건, 시장대표성 요건을 충족한 225종목으로 구성된 일본시장 대표지수인 니케이225와 연동된다. 유니클로 등을 거느린 소매회사 패스트 리테일링, 일본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 전력,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 그룹, 일본 민간 통신 회사인 KDDI, 일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 등 상위보유 종목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환헤지 여부가 7%포인트에 가까운 수익률 차이를 발생시켰다.
성장과 물가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 투자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원화보다 강세로 움직여야 하는데, 양적 성장, 해외자산 증가세, 경상수지 측면 모두가 엔화 대비 원화의 강세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엔화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해온 일본의 해외자산은 2012년 이후 25% 감소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지위도 약화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