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셀트리온,신약보다 5%싼 바이오시밀러 경제학

삼성바이오에피스, 엔브렐 95% 수준 '브렌시스' 약가 책정
셀트리온 첫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도 오리지널 95%
한국시장 신약 가격 낮아 고가 정책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 승부수..업계 "약가산정기준 높여야"
  • 등록 2015-11-26 오전 10:28:41

    수정 2015-11-26 오전 10:29:5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삼성이 내놓은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해외에서 가격 산정에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고가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약가 산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는 12월1일부터 보험상한가 14만1967원을 적용받고 국내 시장에 발매된다. 브렌시스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약물로 화이자의 ‘엔브렐’을 본떠 만든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에 이어 국내업체가 개발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브렌시스’
브렌시스의 가격은 엔브렐(21만3484원)의 66.5% 수준이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의 70%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가격의 70%(14만9439원) 수준으로 약가를 책정할 수 있지만 이보다 5% 저렴한 14만1967원을 선택했다.

가격을 자발적으로 떨어뜨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이오시밀러가 발매되면 오리지널도 70%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엔브렐을 판매 중인 화이자가 ‘가격 30% 인하’에 대한 재평가를 요청했지만 이변이 없는 한 내년 1월1일부터 엔브렐의 가격은 30% 깎인 14만9439원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환자들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브렌시스의 가격을 결정했다. 유사 약물의 약가 현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가격 차이가 5%에 불과해 브렌시스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진이 오랫동안 사용한 오리지널 의약품과 시장에 갓 진입한 복제약의 가격이 유사하다면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오리지널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브렌시스의 가격을 더 떨어뜨리지 않은 것은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판매를 시작할 때 원 개발국인 한국에서의 가격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국내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받으면 현지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오리지널 대비 약가현황(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내 항체 바이오시밀러 1호 ‘램시마’의 걸은 길을 그대로 따라간 모양새다. 셀트리온도 램시마의 가격을 레미케이드(39만412원)보다 5% 저렴한 37만892원으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국내 발매된 바이오시밀러 2종 모두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의 95%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된 셈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다만 셀트리온은 한국의료지원재단에 기금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약값을 지원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한국의료지원재단이 협력 병원으로부터 추천받은 환자를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의 약값 지원은 램시마의 표면 약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효과를 기대한 전략이다. 레미케이드라는 경쟁약물이 팔리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환자에 약값을 직접 지원하면 부당고객유인행위로 지목받을 수 있어 제3자를 통한 약값지원 방식을 구사했다..

그러나 약값 지원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 환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셀트리온은 2012년 10월부터 10명의 환자에만 약값을 지원하고 약값 지원을 사실상 중단했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이 주력 타깃이다. 램시마와 브렌시스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와 엔브렐은 세계적으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방실적이 각각 294억원, 238억원에 불과했다.

세계시장의 1%에도 해당하지 않는 한국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과 보험약가가 비슷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본 무대인 해외시장에서 유리한 가격을 받으면 된다는 계산인 셈이다. 실제로 상당수 국가에서는 오리지널의 가격이 국내보다 비싸 셀트리온이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많다. 램시마는 해외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레미케이드보다 20~30% 가량 저렴하게 책정됐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1월 시판 허가를 받은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허가 받은지 2년 가까이 보험 등재를 하지 않은 이유도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먼저 발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셀트리온이 허쥬마의 보험 등재를 하지 않아 오리지널인 허셉틴의 약가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 국내 시장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 측은 “허쥬마의 효능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조기 유방암에 대한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신약에 근접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약가를 더욱 우대해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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