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덕분에..`운 좋은 SK 운 나쁜 CJ`

  • 등록 2011-08-24 오후 2:39:03

    수정 2011-08-24 오후 2:39:03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나타난 주가 급락이 SK그룹에는 약(藥)이 됐으나 CJ그룹에는 독(毒)이 됐다.

하이닉스를 더욱 싸게 살 기회를 잡은 SK(003600)와 달리 CJ(001040)는 삼성생명 가치가 하락한 탓에 대한통운 인수자금 조달이 더 어렵게 됐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가는 SK텔레콤(017670)이 인수 의사를 밝혔을 때보다 40% 가까이 하락했다.

SK텔레콤은 일정대로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예상보다 1조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채권단은 `구주 7.5% 이상, 신주 10% 이하`를 매각 조건으로 내걸고 신주는 시세대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예비입찰 참가의향서를 접수한 지난달 8일 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5조7517억원에 달했다. 시세로 신주 10%를 발행하면 SK텔레콤은 1조5752억원을 출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달 들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하이닉스 시가총액도 9조5600억원으로 줄었다. 신주 10% 인수에 들어갈 비용이 9560억원으로 줄어든 셈.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구주 인수가격도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은 현 상황에서 1조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주가 급락에 당황한 채권단이 매각 일정을 연기하고 있으나 칼자루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인수 희망업체가 쥐고 있다. D램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회복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매각이 채권단에 불리하고 인수희망 업체는 유리한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며 "그룹 전체적으로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에 따른 재무 위험요소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 주가에도 이런 계산을 반영하고 있다. 코스피가 2100선에서 1700선으로 밀리는 동안 SK텔레콤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반면 CJ는 국내증시 변동성 확대로 대한통운 인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J는 대한통운 인수 자금 가운데 일부를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을 활용해 조달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2일 이후 15% 하락했다. CJ그룹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5.5%의 가치도 1500억원 줄었다.

더욱이 CJ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다음달 3일까지 처분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장부가의 10%인 600억원을 과징금으로 낼 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급매로 나오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며 "요즘같은 증시 상황에서 팔고자 하는 쪽이 손해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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