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발언이 4.9총선을 앞두고 불리한 지형을 바꾸기 위해 사전에 이명박 외교안보팀에서 의도적으로 조율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 한달이 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들 발언들은 현정부의 향후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 이 대통령, 91년 남북 기본합의서 강조 - 남북정상선언 부정?
먼저,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남북한 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라며 "기본 합의서에는 한반도의 핵에 관한 것들이 들어 있는데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이미 비핵화정신에 합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통령의 언급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때 두차례 이뤄졌던 '6.15와 10.4 남북정상선언'을 사실상 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북한측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정상선언'을 이명박 정부가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충격'과 '당혹감'을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대해 북측은 개성공단에 대한 맞대응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의 일차 대응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북측은 "핵포기 없이 개성공단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27일 새벽 남측의 개성공단 상주인원 13명 가운데11명을 강제로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이 경협 사업에 대한 현정부의 도전적인 자세를 문제 삼으며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당국자들의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합참의장과 외교장관의 이어지는 '강경 발언들', 왜? - 한미 역할분담?
이런 가운데 김태영 신임 합참의장의 '핵공격 위협시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은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핵기지 선제 타격론'은 군의 작전 개념과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군 최고 당국자 입에서 직접 언급됐다는 점에서 남북 군당국간에도 냉기류를 형성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들어 한미 고위당국자로는 처음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강경한 발언을 토해냈다.
유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공동회견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를 미루고 있는 데 대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Time and patience is running out)"며 "북한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신고(서)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라이스 장관은 "이제는 정말 북한 핵문제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 핵신고 문제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개진했다.
이같은 이명박 외교안보팀의 대북 강경발언은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측의 기조를 거들거나 중재하기 보다는 '대북 압박정책'을 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높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채찍'(stick)을 동원하고 부시 행정부는 당근(carrot)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북 역할분담'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