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추가로 제 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위험기준자본제도(RBC)와 리스크평가제도(RAAS) 도입에 대비한 재무구조 개선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러나 손보업계로서는 악사가 대규모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설 수 있어 대책마련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교보생명, 재무건전성 강화 기대
교보생명은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와 이르면 이달 16일 교보자보 매각에 대한 체결식을 가질 예정이다. 체결식이 이뤄지면 양 사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교보생명은 이달 20일께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보자보의 매각으로 교보생명은 재무건전성 강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의 `잣대`인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자보의 매각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1000억~1100억원대로, 주당 5000원에서 7000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매각이익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196.9%에서 약 10%가까이 상승한다.
교보생명은 이번 매각이 재무건전성 차원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경영권 참여를 조건으로 내세운 해외증자도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교보자보 매각을 추진하면서 악사에 증자참여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교보자보를 악사에 매각한 이후, 생명보험사 상장 시기 등을 고려해 추가 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악사가 교보자보 만을 원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교보생명에서는 증자가 필요한 만큼 교보자보를 매각하는 옵션을 걸어 향후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악사, 국내 진출 왜?
악사는 지난 1995년 동부생명과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다가 2001년 지분을 모두 철수한 이후 재 진출하는 것이다.
그 당시와 다른 점은 생명보험이 아닌 손해보험업의 진출이라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악사의 교보자보 인수추진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의 영업확대라는 시각이다. 악사는 이전에도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비춘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생보사 설립은 법적으로 합작사가 아니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중국에 직접 진출 할 수 있는 길은 손보사로 진출하는 것이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큰 영업효과를 낼 수 있는 보험영업 방법이 온라인 보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악사는 약 10년전 일본에 `악사 재팬`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10여년간 일본에서 다이렉트 보험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살린다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두번째는 상장차익과 성장성 등을 고려한 투자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교보자보는 지난 2005회계연도에 적자로 돌아섰다.
2004회계연도에 흑자를 기록한 교보자보는 2006회계연도에 약 20억원 정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2005회계연도에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2007회계연도 내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교보자보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2008회계연도에 약 100억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 상장요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손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악사가 온라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충성도가 높은 교보자보의 115만 계약자를 활용, 장기 및 일반손해보험업에 진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교보자보가 계속 성장한다면 생보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은 교보생명 해외증자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견해다. 생보사 상장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큰 상장이익을 얻을 수 있고 교보생명의 파트너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손보업계, 의견 `분분`..촉각 곤두세워
각 손해보험사들도 영업 및 기획부서간 회의를 여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은 잇따라 임원회의를 열고 악사가 온라인 자보시장 진출 시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느라 분주했다.
악사의 교보자보 인수에 대해 보험사들마다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자보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시장 진입 초기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보험료 인하 등의 영업정책을 펼치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하지만 국제경쟁시대에 선진 보험문화를 온라인 자보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어 시장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고 적자 사업인 자동차부문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오전에 임원회의를 열고 악사 진출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했다"며 "진출 시 적극적인 물량공세를 펼칠 면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질 수도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한국시장을 한번 경험했던 악사가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물량공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초창기 교보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흑자구조 유지와 일반·장기보험 시장 진출 등을 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