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아웃 열풍)①주인공은 누구인가?

  • 등록 2006-07-25 오후 2:13:14

    수정 2006-07-27 오후 6:33:34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월스트리트는 그들에게 ‘제왕’이라는 칭호를 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장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집해 기업을 ‘내 것’으로 만든다. 1980년대는 미국 사회 ‘졸부’였지만, 이제는 ‘명가’가 됐다.
 
그들은 프랑스 포도농장에서 자신만을 위한 브랜드 포도주를 제조해 즐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에서 초호화 파티를 열어 부를 과시한다. 가장 잔인한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설가는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불렀고, 영화감독은 그들의 머니게임을 ‘전쟁’으로 그렸다.

그들은 누구인가?

‘바이아웃(Buy-Out) 꾼들'이다. 상장된 기업의 지분을 전량 또는 경영권을 차지할 만큼 매입해 기업을 장악한 뒤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쳐 되팔아 거대한 차익을 남겨먹는 세력이다.

요즘 그들에게 다시 세계 금융시장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역사상 최대 바이아웃 기록이 경신 된 탓이다. 콜버그 크레비스 로버츠(KKR)와 베인 캐피털, 메릴 린치가 미국 최대 병원 운영업체 HCA를 3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4일 발표해 매입대금 기준으로 지금까지 최대 바이아웃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연스럽게 그 주인공들에 대해 호기심이 일고 있기도 하다.

◇ 5대 메이저 바이아웃 그룹

바이아웃 게임은 든든한 병참(자금)과 정보력(피인수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 기동력(신속한 지분매수), 킬러본능(기존 경영진 축출)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종합예술을 수행하는 바이아웃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7000여개에 이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바이아웃 시장을 이끄는 5대 메이저는 바로 KKR과 블랙스톤, 칼라일, 텍사스 퍼시픽 그룹, 플레티넘 에퀴티이다. 경영학 논리로 구분한다면,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모펀드(PEF)이다.

이들은 투자은행과 증권사, 다른 사모펀드, 큰손 등에서 유치한 돈을 자기자본으로 삼고 있다. 어떤 기업을 사냥할 때 정크본드를 발행하거나 시중 은행들에서 거액을 차입하기도 한다. 이때 피인수 기업의 자산이 담보로 제공된다.

포브스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5대 사단이 매수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의 직원수는 무려 80여만명에 이르고, 피지배 기업들이 내는 연간 매출은 1300억달러에 달한다.

◇ ‘문 앞의 야만인 트리오’

HCA 바이아웃이 전해지자,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그 거래의 이면에 존재하는 세 사람을 떠올렸다. '땅달보' 헨리 크레비스(사진: 맨위)와 조지 R. 로버츠(중간), 제롬 콜버그 2세가 바로 그들이다. KKR은 이 세명의 성에서 따낸 이니셜이다.
                                                                                 
이들은 영화 ‘월스트리트 전쟁’의 원작인 브라이언 버로와 존 헤일러의 ‘문 앞의 야만인(Barbarians at the Gate)’의 주인공들이다. 버로와 헤일러는 그 트리오가 1988년 단행한 RJR 나비스코 바이아웃에서 모티브를 잡았다.

트리오가 주도하거나 참여한 바이아웃은 인수대금 기준 수백억달러가 넘는다. HCA 바아아웃 직전까지 사상 최대였던 RJR 나비스코(250억달러)를 비롯해 선 가드 데이터 시스템스(11억달러), TDC(11억달러), VNU(10억달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 밖에 플래티넘 에퀴티의 톰 고어스와 최근 약 6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조성해 사모펀드 업계 신기록을 세운 블랙스톤 그룹의 스테펀 슈바르즈먼(아래)과 피터 페터슨 등을 꼽을 수 있다.

덤으로, 이들이 즐겨 있는 책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손자의 ‘병법’으로 알려져 있다.

◇ 그 밖의 조연들: ‘몰이꾼’과 ‘거리 청소부’...

바이아웃꾼의 주변에는 이른바 ‘몰이꾼’과 ‘거리 청소부’ 등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가 특정 기업을 포위 공략한다.

몰이꾼들은 바이아웃 대상의 물색과 분석, 기존 경영진 처리 등 실무를 총괄하는 투자은행의 인수합병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한 기업이 바이아웃꾼들에게 먹히면 즉시 수수료를 챙긴다. 건당 1000만~6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매수된 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쳐 재상장 또는 3자매각될 때도 개입해 증권을 인수하거나 매매를 알선한다. 여기에도 거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어떤 전문가는 몰이꾼들이 사모펀드 등에 바이아웃 대상을 점찍어 주고 작전계획을 세워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까지 지원한다는 점을 들어 바이아웃 시장의 실세라고 말하기도 한다.

‘거리 청소부’는 바이아웃 대상이 정해지면 주식시장 주변에서 순식간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집해 오는 증권 브로커들이다. 칼라일 그룹이 지난 5월 킨더 모건을 바이아웃할 때 단 2시간 만에 지분 20% 정도를 매집해 주변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밖에 바이아웃꾼들이 발행한 정크본드를 매수해주는 ‘정크 맨’과 기존 경영진을 내쫓을 때 의결권 대리인으로서 앞장서는 ‘암살자’들이 조연으로 활동한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렉스칼럼에서 “최근 바이아웃 거래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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