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수능이 가까워 오니 애가 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안 된다고 해요. 시험지만 받아들면 머릿속이 하얗게 빈 것 같다고 하니 총명탕을 먹이고 싶은데요”
요즘 수험생을 둔 부모님이라면 으레 총명탕을 떠올릴 정도로 보통명사가 됐다. 이맘때면 수능 때문에 심신이 피로에 지쳐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수험생을 중심으로 집안일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수능시험은 집안의 대사로 자리잡았다.
옛날에도 시험은 문중의 중대사였다. 과거시험은 개인으로서는 일신의 영달이 걸려있는 큰일이기도 했지만 가문으로서도 명문의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했다. 때문에 똑똑한 수재는 가문의 집중관리를 받고 과거를 볼 때까지 집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과거급제는 한 개인의 영광에 그치지 않고 ‘가문의 영광’이기도 했다.
따라서 동의보감에도 수험생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서술되어 있는 부분은 건망증과 관련된 것이다. 건망증이 심하여 기억력이 떨어지면 암기위주로 돼 있는 과거시험에서 불리한 것은 불문가지.
동의보감은 건망증은 갑자기 자기가 한 일을 잊어 먹고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 증상인데, 이것은 심장과 비장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장과 비장은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는 장기이므로, 심장이 상하면 피가 소모되어 흩어져서 정신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되고 비장이 상하면 위장이 쇠약해져서 근심걱정이 더욱 심해지게 되므로 사람이 잘 잊어먹게 된다는 것.
건망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심장의 피를 보양하는 한편 비장과 위장을 조리하여 정신력을 강화하는 약제를 써서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머무르면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을 집중시키는 처방중 가장 유명한 것은 총명탕이다. 총명탕을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를 암송할 수 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학부모의 귀가 솔깃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명탕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은 장원환. 장원환을 먹으면 하루에 천마디 말을 외울 수 있는 것은 물론 만권의 책을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 능력을 갖추게 되면 처방의 이름대로 장원을 하지 못하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머리 좋아지라는 부모들의 바람에 따라 성현들의 이름도 한약처방에 종종 인용된다. 조선이 유교중 주자학이 주류를 이뤘던 만큼 주자의 이름을 빌린 주자독서환(朱子讀書丸)과 유교의 시조인 공자를 추앙한 공자대성침중방(孔子大聖枕中方)이 바로 그것이다. 이 약들을 장기간 복용하면 건망증이 없어지고 머리가 총명해진다는 것이 동의보감의 설명이다.
시험에 대한 불안으로 만성적인 두통 소화불량 심하면 불면 등을 달고 사는 수험생들이 가장 염두에 둘 것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가짐이다. 최선을 다해 공부해 왔다면 좋은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니 지레 기죽지 않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유의할 것은 섭생. 체력이 떨어지면서 소화력도 크게 저하된 만큼 위와 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물을 골라 먹는 것이 좋다. 자극성이 강한 맵고 짠 음식이나 찬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험생들이 밥은 먹지 않고 햄버거나 컵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사먹는 경우 소화기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대추차 등 한방차를 따뜻하게 데워서 수험생에게 먹이면 마음을 안정시키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간혹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마음이 불안하다고 우황청심환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하면 수험생의 기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