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 케리)①"제2의 케네디" 꿈꾸는 케리

  • 등록 2004-03-03 오후 12:09:09

    수정 2004-03-03 오후 12:09:09

[edaily 하정민기자] 존 케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60)이 백악관 입성을 두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맞붙게 됐다. 케리는 2일(현지시간) 10개 주에서 치러진 민주당 후보 경선대회에서 압승, 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굳혔다. 케리는 동부 거부(巨富)집안 출신, 명문대 졸업, 베트남전 영웅, 4선 상원의원 등 미국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질주해온 인물이다. 2차 대전 참전용사이자 외교관을 지낸 아버지와 출판재벌 포브스(Forbes) 집안 사람인 어머니 사이에서 1943년 출생한 그는 예일대 졸업 후 매사추세츠주 부지사와 주 검사를 역임했다. 당시 그와 한 조를 이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당선된 사람은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이자 아버지 부시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마이클 듀카키스다. 1985년 상원에 진출한 그는 한 번의 낙선 경험없이 4선 상원의원이 됐다. 민주당 유력 중진으로 떠오른 케리는 의정활동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워싱턴 중앙 정치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케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3개의 무공훈장을 받을 정도로 혁혁한 성과를 올렸으나 전쟁이 끝난 뒤 반전운동가로 드라마틱한 변신에 성공했다. 케리는 `반전참전용사회`를 설립한 뒤 이 단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유명한 반전론자가 됐다. 전쟁영웅이 펼치는 반전운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표시해 금새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로 떠올랐다. 1970년대에 한 TV프로그램에서 "대통령에 출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케리의 전쟁영웅 경력과 활발한 반전운동은 병역기피 의혹을 받으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아픈 대목이다. 많은 비판 속에 이라크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부시는 참전은 커녕 미국내 방위군 근무를 잠깐 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엘리트 외에 케리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케네디`다. 아직도 미국인들의 가슴에 신화로 자리잡고 있는 35대 케네디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은 케리는 선거전에서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케리와 케네디는 매사추세츠 출신이자 상원의원, 해군 전쟁영웅이란 이력에서 완벽히 일치한다. 이름 이니셜마저 똑같은 JFK(존 포브스 케리 vs 존 피츠제랄드 케네디)다. 케네디의 막내동생인 테드 케네디역시 민주당 경선 초반에 일찌감치 케리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사회의 `주류`임은 분명하지만 부시와 달리 최상위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계층이 아니라는 점도 동일하다. 케네디는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었으며 케리의 친할머니는 동유럽 출신 유태인이다. 두 사람 모두 종교도 가톨릭이다. 이러니 민주당이 "제 2의 JFK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고 들뜨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케리의 부인도 재클린 케네디 못지않은 유명인사다. `케첩 왕국` 하인즈그룹의 상속녀로 잘 알려진 테레사 하인즈 케리(65)는 아프리카의 모잠비크에서 포르투갈인 의사의 딸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스위스 통역대학원에 진학한 그녀는 하인즈그룹의 상속자로 후에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존 하인즈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1991년 하인즈가 사망하면서 테레사에게 물려준 재산은 무려 5억달러(6000억원). 그녀는 1995년 하인즈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들 셋을 데리고 남편의 친구이자 5살 연하인 케리와 재혼했다. 케리는 1980년대 말 예일대 동창생인 첫 부인과 이혼했으며 슬하에 두 딸을 뒀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공화당원이었던 테레사는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를 앞두고 남편에게 투표하기 위해 당적을 옮겼다. 지난 번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지금의 부시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펀치를 날렸으며 보톡스 시술 사실도 감추지않는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다. 지난 달 케리가 인턴여성과의 추문에 휩싸인 후 남편과 키스하며 얼굴을 찡그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곧바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를 만회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테레사는 "내 남편 케리는 와인같은 사람이어서 숙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숙성하면 맛이 아주 좋다"고 칭찬했다. 이력상으로는만 보면 케리는 흠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본선인 대통령 선거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미지수다. 화려한 경력때문에 그에게 `워싱턴의 기성정치인` 색채가 너무 짙다는 점이 큰 약점인데다 그가 지난 15년간 로비스트의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받은 상원의원이란 점도 이같은 이미지를 고조시킨다. 부시보다 경륜이 풍부하고 똑똑했던 또다른 `기성정치인` 앨 고어는 비슷한 이유로 2000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패배했다. 케리가 이같은 전례를 뛰어넘어 민주당에 대선 승리를 안겨줄 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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