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재난지원금 마케팅 '제동'…일부 카드사 '정면돌파'(종합2보)

금융당국 "카드사 마케팅 자제하라" 압력
일부 카드사, 준비한 고객 혜택 돌연 취소
'과열경쟁 방지' vs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
삼성·우리카드 쿠폰 이벤트 진행, 타 카드사 동참 가능성↑
  • 등록 2020-05-10 오후 4:00:19

    수정 2020-05-10 오후 9:31:40

[이데일리 김범준 김유성 기자]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하는 긴급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금융 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활동에 전면 제동을 걸었다. 카드사 간 과도한 마케팅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자제령까지 내리자 카드사들도 준비했던 마케팅을 줄줄이 중단하는 모양새다.

다만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스타벅스나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면서 마케팅을 강행하고 나서 다른 카드사들의 동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0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BC)카드는 당초 긴급재난지원금을 자사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 이벤트를 할 예정이었다.사용 금액 100%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였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돌연 보류했다. 관련 내용 안내도 부랴부랴 회수했다. BC카드 관계자는 “내부 입장 변경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 시행 여부에 대해 현재 전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NH농협카드도 자사 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SPC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전면 취소했다. 홈페이지에 사전 안내됐던 공지도 이날 삭제됐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있고 자칫 영업 과열이라는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고객 프로모션에 대해 내부적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면서 “대신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관련 고객 이벤트 등 마케팅을 준비했다가 보류·철회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정부·지자체·카드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위한 업무협약’에서 “11일부터 카드사들이 시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제때 지급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마케팅 과열 양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위 입장과 같다며 개별 카드사 현업부서에 마케팅 자제를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과열 경쟁 조짐이 감지되자 사실상 금융당국이 ‘마케팅 금지’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사간의 경쟁이 일어날 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마케팅 자제를 당부한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 카드사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원활한 지급 및 사용을 위해 자금 조달 비용과 시스템 증설·관리비, 밴(VAN)수수료, 관련 인건비 등 모든 프로세스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당국의 개입 명분도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카드사들은 당국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행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는 고객들에게 ‘삼성카드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스타벅스 또는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부문화 확산 등을 염두에 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까지 당국이 자제하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어쨌든 당국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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