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올 상반기 월街에 부과된 벌금 전년比 35% 그쳐

올 상반기 5500억원…작년 상반기 1조5800억원比 급감
"트럼프 행정부 금융규제 완화 효과"
"작년 특이 케이스 많아…기저효과도 영향"
"금융위기 당시 제재, 오바마 前행정부 시절 집행"
  • 등록 2017-08-07 오전 9:51:37

    수정 2017-08-07 오전 9:52:3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월가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선물거래위원회(CFTC),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 등 미 금융규제 당국이 올해 상반기 월가 금융기관 또는 개인에게 부과한 벌금은 총 4억8900만달러(약 5511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해 상반기 14억달러(1조5778억원)와 비교하면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전 SEC 고문 변호사인 앤드루 볼머 버지니아 법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EC가 부과한 벌금액은 올해 상반기 3억1800만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7억5000만달러 대비 42.4% 수준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SEC 측은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모두 일정한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했으며, 6개월만을 두고 비교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세부적인 규제 내용 공개는 거부했다.

이같은 차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금융 규제를 완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전 SEC 관리였던 버클리 샌들러 로펌의 토머스 스포킨 파트너는 “트럼프 행정부는 SEC와 CFTC에 새로운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규제에 중점을 둔 보수적인 행정부에서 사업 친화적인 행정부로 전환됐다는 것은 어젠다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개 규제 기관 모두 지난 5개월 동안 법 집행 담당 책임자들을 교체했다. 또 SEC와 CFTC는 기관장도 바뀌었으며 위원회도 공석이 발생해 아직까지 기존보다 적은 숫자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부과됐던 벌금에 대한 집행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이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CFTC의 벌금 부과액은 작년 상반기 6억30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 1억5400만달러로 급감했는데, 이는 지난 해 5월 부과된 두 건의 벌금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SEC 역시 지난 해 6월 한 건에만 3억5800만달러가 부과됐는데, 이는 올해 상반기 최고 벌금액 3000만달러의 12배 수준이다.

CFTC의 제임스 맥도널드 집행 담당 국장은 “매년 벌금 부과액이 다른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투자자 및 시장 질서 보호를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법 집행에 있어 지체하지도, 멈추지도, 봐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INRA의 낸시 콘돈 대변인도 “활발한 (법) 집행은 우리의 감독의 핵심”이라며 “비정부 감시인들이 규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중개인 및 중개기관들의 불법행위를 감시·징계하고 있다. 벌금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한편 미 상공회의소, 금융서비스연구소(FSI),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월가 금융기관 및 단체들은 벌금 부과 등 규제 완화를 위해 FINRA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FINRA는 최근 시행 지침에 대한 변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NRA가 올 상반기 부과한 벌금은 총 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7% 급감했다. 특히 비정부 감시인들이 올 상반기 100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 건 2건에 불과했다. 지난 해 상반기엔 최소 5건 이상이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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