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을 모아 토지를 매입해 벌이는 사업뿐 아니라 대기업이 자체 부지를 활용해 추진해온 사업도 보류되거나 백지화되고 있다. 배경은 제 각각 다르지만 그 중심에는 경기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상암지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들어설 예정이던 133층(640m)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건립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 했다. 사업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와의 용지매매 계약을 해지하고 용지 활용계획도 원점 재검토키로 한 것. 당시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사업자가 당초 계약한 원안대로 공사를 추진할 의사가 없고 토지대금 연체 등 계약사항을 위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업자의 의지보다는 어려워진 경기 탓이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 25개사가 출자한 서울라이트타워는 토지대금 3600억원을 5년간 10회에 걸쳐 시에 납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내부에 번지면서 자금조달은 어려워졌고 작년 3월부터 대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은 마당에 주력 사업도 아닌 개발 사업에 역량을 쏟는 것이 자칫 그룹 역량 분산과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주력사업에 전이될 수 있다는 걱정도 팽배했던 상황이다.
반대로 잠실과 용산의 초고층 사업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롯데월드타워(123층)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중심부 17층까지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트리플 원(111층)이 들어서는 용산국제개발지구 역시 최근 보상계획을 발표하고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한 때 서울시내에만 6~7개에 달했던 100층이상 건물 계획 가운데 일부가 좌초되거나 미뤄지게 되면 먼저 완공하는 건물이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서울의 도시 규모를 볼 때 3곳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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