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퇴(recession)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도 타격이 예상된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미국 은행들의 총 손실액은 이전 예상치의 2배인 1조5000억~1조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는 올해 규모와 범위를 확장, 월가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은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 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
지난해 미국에서는 40개 은행이 파산했다. 올해는 수백개의 은행이 문을 닫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기후퇴로 인해 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대출자뿐만 아니라 프라임 대출자들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은 날로 악화 추세다. 지난해 무려 2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가운데 190만개는 최근 4개월 동안 집중됐다. 올해도 2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무스타치오 스티플니콜라스 이사는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인해 일부 파산이 제한되더라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하락, 시가총액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를 더 확산시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은 23.22% 하락했고, BOA는 7.98%, HSBC는 3.66% 내렸다.
◇ BOA 첫 분기 적자 전망
컨트리와이드, 메릴린치 등 잇단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BOA는 현재 자산 규모 세계 최대 은행이며, 예금 규모론 2위 상업은행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주가는 메릴린치 인수 이후 지금까지 68%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건 컨트리와이드 인수 때문에 안게 된 모기지 손실 급증, 그리고 지난 2006년 MBNA 인수 이후 지난 3분기 첫 손실을 낸 신용카드 사업부다. 현재 신용카드에서 손실로 처리하는 비율은 7%에 달하고 있다. 3분기 6.4%에 비해 오른 것이며, 한 해 전 4.75%에 비하면 거의 배로 상승한 것이다.
BOA는 재무부 부실자산매입계획(TARP)를 통해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메릴린치가 받기로 했던 100억달러도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건설은행(CCBC) 지분을 19% 이상에서 16.6%로 줄이면서 28억달러의 현금을 챙겼다.
그러나 BOA는 메릴린치의 4분기 손실이 생각보다 너무 커 매입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정부에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씨티그룹 구조조정 성공 여부 주목
씨티그룹은 최근 스미스바니를 떼어내 모간스탠리와의 합작법인 설립키로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리메리카 파이낸셜, 씨티 파이낸셜 등 다른 주요 자산 매각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금융 슈퍼마켓`의 공중분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다.
씨티는 이번 스미스바니 분리를 통해 모간스탠리로부터 27억달러를 받았으며, 합작법인 설립으로 11억달러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내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가가 추정하는 순손실은 41억4000만달러. 실적은 오는 16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 유럽 은행들도 현금 확보 비상
은행의 문제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HSBC, 도이체방크 등 유럽 대형 은행들도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모간스탠리는 14일 보고서에서 영국 HSBC가 배당을 절반 정도로 삭감하고, 300억달러의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헬스비와 애닐 아가월 애널리스트는 "HSBC의 순이익은 올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빨라도 2011년까지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들은 "HSBC의 자본비율은 11.9%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에 48억유로(약 63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 지난해 전체로 39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도이체방크는 또 최근 인수를 결정한 포스트방크의 실적 악화와 가치 하락에 따라 도이체포스트가 일시적으로 지분 8%를 인수하도록 허용했다. 도이체포스트는 독일 국영개발은행인 KfW가 지분 31%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의 지분 참여를 받게 된 셈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구제금융을 받는 것은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