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의 이미지는 올림픽을 계기로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경제 성장세를 금메달 갯수로도 입증해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올림픽을 3일 앞두고 테러가 발생, 지난 3월 티베트 유혈사태에 이어 소수 민족의 저항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 경제성장 과시..올림픽에 40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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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약 보름간 개최되는 올림픽에 4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중 대부분이 도시 수준을 대변하는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공항 터미널 건설에 30억달러, `새 둥지(냐오차오·鳥巢)`로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 5억달러가 소요됐다. 그리스에 채무 부담을 지워준 아네테 올림픽에 총 150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됐던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국도 중국의 이같은 배포에 체면을 구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축 비평가 에드윈 헤스코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주 경기장인 `새 둥지`와 관련, `로마의 콜로세움 이후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며 훌륭한 경기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가까워지는 `세상의 중심`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 입장 순서는 중국 한자의 간체자 획수 순서에 따라 정해진다. 통상적으로 참가국 선수단의 입장 순서를 영문 알파벳 순으로 매기던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중국식(式)이 곧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세계인들의 생활에서 중국은 이미 보편적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완구점의 장난감부터 백화점의 디지털 가전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아직까지 중국 기업의 브랜드가 안방을 공식적으로 침입하지 않았을 뿐, 중국의 존재감은 일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며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어마어마한 인구는 이제 곧 `세계의 큰 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이 구매력을 나타내는 각국의 국민총소득(GNI)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칠 날도 멀지 않았다. 린이푸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 겸 베이징대 교수는 2030년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2.5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사상 최다 금메달 획득 예상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은 메달 갯수로 경제 성장세를 입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금메달을 독식해 온 미국을 제치고 사상 최다 금메달 획득국의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대니얼 존슨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이 고안한 경제 모델을 인용, 중국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4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33개, 러시아는 28개로 추정했다.
그는 "경제 발전은 올림픽 메달로 입증된다"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선수들의 훈련과 스포츠 관련 인프라스트럭처에 더 많은 돈이 투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존 호크워스 연구원도 중국이 금, 은, 동메달을 합쳐 총 88개의 메달을 획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87개, 러시아는 79개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1만2300위안에서 1만8670위안으로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GDP 증가율(18%)의 3배에 달한다.
◇ 베이징 컨센서스의 효율성 이면..소수민족·빈부격차 문제
중국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빠른 속도의 실질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다. 중국의 발전 모델은 정치적 자유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시장 경제적 요소를 최대한 도입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로 요약된다.
그러나 효율적인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미처 해결하지 못하거나 지나쳐 버린 그늘이 있다. 점점 과격한 양상을 띠는 소수 민족의 독립요구,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 격차 등은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올림픽을 사흘 앞둔 지난 4일에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구르의 분리주의 세력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종교와 전통을 파괴하고, 천연자원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3월 유혈사태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티베트 자치구가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도농간 소득 격차도 문제다. 78년 중국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도시 가구당 연간 소득은 지난해까지 4000% 급증한 2019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지방의 1인당 소득은 606달러로 도시의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은 양적인 면에서, 속도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앞으로도 중국이 미국에 필적할만한 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다만 이같은 정부 주도형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자율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국경없는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리더십인지는 여전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