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 `黃색 언론` 유감

  • 등록 2005-06-03 오후 5:03:01

    수정 2005-06-03 오후 5:03:01

[edaily 백종훈기자] 황우석(黃禹錫·53) 교수가 세계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데 이어, 이번에는 실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면역 거부반응없이 손상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황 교수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는데요, 언론의 취재경쟁에 대해 산업부 백종훈 기자가 느낀 점을 전합니다. "연구지원과 관련해 더이상의 바람은 없습니다. 다만 꼭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제 그만 거둬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지난주 `황우석 교수 연구지원 모니터링팀`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는 이렇게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부탁(?)했습니다. 황 교수는 또 "세부연구내용이 너무 무분별하게 노출돼 보안상 염려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언론에 극비사항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유출돼 당황했다는 뒷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 사진이 보도는 되지않았으나 만약 이 사진이 그대로 보도됐다면 외국에 정보가 노출돼 연구에 큰 차질이 생길뻔했다는 것입니다. 그날 황 교수의 간곡한 부탁은 받아들여졌을까요? 아쉽게도 그의 부탁은 언론에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언론은 `여전히` 보안사항을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했습니다. 물론 `보안사항`에 대해선 황교수측과 언론의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요. 언론이 황 교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도 그렇고 황 교수의 연구성과 자체가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특종경쟁으로 연구성과가 부풀려지거나,이로인해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문제지요. 더구나 핵심연구 보안사항이 언론의 보도로 유출된다면 더욱 큰일이겠지요. 취재경쟁이 낳은 오보 사례를 한번 볼까요. 모신문은 "인천의 모병원이 황우석 교수와의 협력하에 "줄기세포연구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기사에 거론된 인사들과 어떠한 접촉도 한적이 없으며 관련논의를 한적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느 경제신문은 "국회가 황우석 지원법을 제정한다"고 1면에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정인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무리이며,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신문은 "황우석 교수 연구가 임상실험 수준에 온듯하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 식약청은 지난해말 임상시험 허가여부에 대한 단순 질문만을 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식약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위험해 불허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보안유출 사례를 볼까요. 한 방송사는 지난주 "황우석 교수가 올 7월에 영장류를 대상으로 관련 실험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독 보도`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하지만 황 교수팀은 "영장류 대상 실험계획이 새나간 것은 문제"라며 "실험 기밀을 국내외 경쟁연구팀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피해달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황 교수팀은 연구팀이 생명윤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공난자`를 만들어 실험할 계획이라는 방송보도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연구 계획이 국내외로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것이죠.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또는 `황색 언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원은 이렇습니다. 지난 1889년 J. 퓰리처의 뉴욕 `선데이 월드`지에 `옐로 키드(Yellow Kid)`라는 연재만화가 실려 인기를 끌었죠. 그러자 W.F. 허스트의 `모닝 저널`지에서 이를 똑같이 흉내내 황색 옷의 소년을 만화주인공으로 만들어 연재해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과도한 선정주의 보도를 `옐로우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최근 신문들은 옐로우페이퍼가 아닌 그야말로 `黃(교수)色 언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황 교수 얘기만 나오면 신문 1면에 장식되니까요.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황 교수는 분명 기사가치가 큰 인물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기사꺼리`가 됩니다. 그러나 과도한 취재경쟁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진지하게 검증해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증권시장에서도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발표된 이후 줄기세포 관련주들이 폭등했지만, 실제 현재 상장돼 있는 줄기세포 관련주중에 황 교수의 연구성과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종목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론 황 교수 관련 보도를 하지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와 국민들이 황 교수의 자랑스러운 쾌거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을 빠르고 정확한 보도로 충족시켜줘야합니다. 하지만 거듭된 오보와 보안유출만은 없어야겠습니다. 우리 언론이 세계적인 `BT(생명과학) 영웅`을 돕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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