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첫 파산심리…변호인단 “개인 영지처럼 회사 운영”

변호인단, 첫 파산심리서 자금유용 등 부실경영 실태 폭로
"글로벌 조직 아닌 개인영지"…뱅크먼-프리드 맹비난
"파산신청 직후 외에도 수차례 해킹…상당 자산 도난·분실"
현금 보유액 1.7조원으로 늘었지만 "채무 비하면 한참 부족"
  • 등록 2022-11-23 오전 10:54:20

    수정 2022-11-23 오전 10:54:2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FTX는 ‘국제적 조직’이 아닌,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개인 영지’(personal fiefdom)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열린 FTX의 첫 파산 심리에서 회사의 변호를 맡은 로펌 설리반앤크롬웰은 FTX를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동물”이라고 비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뱅크먼-프리드는 우리 중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사업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운영·관리 체계는 커녕 일반적인 기업들과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사진=AFP)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브롬리 파트너는 FTX와 130개 이상의 계열사들을 조사했지만 엉터리 회계 및 부실 경영 등으로 기본적인 재정 정보를 확보하는 것조차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마저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FTX는 경험도 없고 비전문적인 개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개인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주요 외신들은 뱅크먼-프리드를 비롯한 FTX 경영진들이 회사 또는 고객 자금을 멋대로 유용한 내역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변호인단 역시 파산 신청 직전 FTX의 지출 내역을 집중 조사한 결과, 파산에 연루된 한 사업부가 바하마에서 약 3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개인 휴가 목적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매체는 뱅크먼-프리드와 그의 부모, 고위 경영진들이 지난 2년 간 바하마에서만 최소 19채의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브롬리 파트너는 또 FTX의 부실 경영 및 허술한 보안 체계 등으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자산이 도난당했거나 분실됐다”면서 지난 11일 파산신청 직후 4억 7700만달러(약 6443억원) 규모의 해킹 외에도 여러 건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도난·분실된 자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제 막 기본적인 위험 및 데이터 관행을 구현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운영)팀의 핵심 과제는 무질서 상태인 회사를 질서 있게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FTX의 구조조정 자문사인 알바레스앤마셜은 지난 20일 기준 FTX의 현금 잔고가 12억 4000만달러(약 1조 6700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전주보다 늘어난 것이지만, 채무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FTX는 상위 50대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빚만 31억달러(약 4조 1900억원)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계열사는 FTX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알라메다 리서치로 4억 100만달러였으며, 레저엑스가 3억 340만달러, FTX 재팬이 1억 7170만달러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자산 매각이든, 사업 매각이든, 구조 조정이든 우리가 가진 자산의 가치를 먼저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FTX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존 레이 3세 역시 글로벌 자산 현황을 살펴본 뒤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회사를 재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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