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죽어갑니다" 러 침공에 재한 우크라인들 '눈물'…연대 호소

27일 주한러시아대사관 앞 ''러시아 침공'' 규탄 집회
재한 우크라이나인 250여명 "제발 전쟁 멈춰달라"
"한국이 피 흘렸던 것처럼 민주주의·자유 위해 투쟁"
  • 등록 2022-02-27 오후 3:30:10

    수정 2022-02-27 오후 3:30:1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들과 부모님께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는데 연락이 끊겼어요. 생사를 알 수 없어 밤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제발 내 가족을 살려주세요.”

우크라이나에서 아내와 함께 몇 년 전 한국에 넘어온 이가르(55)씨는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꼭 붙잡고 산다. 혹시나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을 들을까 봐서다. 그런 이가르씨는 27일 휴대전화 대신 한 손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는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 “폭격을 멈춰달라”고 목놓아 외쳤다.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에 접어든 이날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 250여명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행진했다. 집회를 대표로 신고한 올라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SNS를 통해 알렸는데 그걸 보고 한국에 있는 우크라이나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 상징인 파란색과 노란색을 온몸에 두르고, ‘STOP WAR’,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요’ 등의 피켓을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피켓도 등장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러시아 대사관 인근을 돌며 행진했고, 이들의 외침은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칼호리스(25)씨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구들이 지금 지하 벙커에 숨어 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며 “사진만 봤는데 너무 참혹하고,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행진 내내 눈물을 훔치던 올햐(30)씨는 “가족과 친구들 전부 우크라이나에 있어 고통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 우리 가족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그는 “한국 시민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제발 우크라이나를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도 등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민모(18)씨는 “노어과를 지망하고 공부하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전쟁이 발생했다”며 “한국인들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29)씨도 “가족을 우크라이나에 두고 한국에 남아 있는 그들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보탬이 되고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쉐겔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흘렸던 것처럼 우리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시민사회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국제민주연대와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도 오는 28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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