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아내와 함께 몇 년 전 한국에 넘어온 이가르(55)씨는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꼭 붙잡고 산다. 혹시나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을 들을까 봐서다. 그런 이가르씨는 27일 휴대전화 대신 한 손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는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 “폭격을 멈춰달라”고 목놓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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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 상징인 파란색과 노란색을 온몸에 두르고, ‘STOP WAR’,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요’ 등의 피켓을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피켓도 등장했다.
행진 내내 눈물을 훔치던 올햐(30)씨는 “가족과 친구들 전부 우크라이나에 있어 고통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 우리 가족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그는 “한국 시민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제발 우크라이나를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쉐겔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흘렸던 것처럼 우리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시민사회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국제민주연대와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도 오는 28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