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판문점 선언’에서 3자회담과 4자회담이 모두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담을 언제 어디서 개최할지, 4자회담 보다 3자회담을 우선시할 지는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거론돼 있으나 아직은 불분명하다.
‘중국 역할론’을 거론하며 한반도 문제 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으로선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중국 내에선 3자회담이 마무리된 후에야 4자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남·북한 모두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한다”며 “남·북한은 협상과정에서 중국의 참여를 원치 않으려 한다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만큼,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며 중국 달래기에 나설 전망이다. 먼저 가까운 시일 내 우리 정부가 베이징에 특사를 보내 협조를 당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이번 회담의 내용을 설명하는 동시에 향후 중국의 지지를 부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더욱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5월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 고위급 협상에도 목소리를 내며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남·북, 미국이 입장 차를 모두 조율한 후 개입하게 되면, 중국으로선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북한에 경제 개방과 관련된 당근을 제시하며 북중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평양을 방문해 북중 관계는 북미 관계를 훨씬 넘어선 ‘혈맹’이란 점을 강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자신들이 소외된 채 남·북, 미국 3국 회담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감정적으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를 바라는 만큼 이 사안들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계속 틈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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