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관계자들이 4.8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원화, 위안화, 달러, 금괴, 명품시계·가방 등 압수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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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등학생 3학년인 A(18)군은 고1 때부터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다. 러시안룰렛이나 동전뒤집기 등에 빠져들어 어느새 도박빚이 600만원으로 늘었다. 동네 형의 소개로 불법 인터넷 도박 총판일 맡았지만 아직 빚은 다 갚지 못한 상태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빚 독촉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매달리느라 학업은 포기했다.
불법 인터넷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이 최근 3년간 590명에 달하는 등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90명이나 된다. 2014년에는 110명에 그쳤으나 2015년 133명, 2016년 347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 2014-2016 10대 사이버도박 피의자 현황(단위: 명, 자료: 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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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문제로 전문상담을 요청한 청소년도 같은 기간 64명에서 302명으로 3년 사이 4.7배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만 283명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42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바카라, 경마 등 성인 도박과 유사한 게임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폭력·절도·사기 등 2차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의원이 도박문제 연구소의 실제 상담사례 47건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을 시작한 계기는 87%(41건)가 친구나 아는 형 등을 통해서다. 나머지 SNS나 PC방 광고를 보고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불법 도박으로 잃은 돈은 4억7000만원에 달했다. 1인당 1000만~2000만원(36%)이 가장 많았으며 평균 손실액은 1100만원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 실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는 중2~고2 재학 중인 학생의 5.1%(14만 명)가 도박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만명에 달하는 1.1%의 학생이 도박 중독 위험성이 높은 ‘문제군(Red)’으로 분류됐다. 도박중독으로 진행 중일 것으로 의심되는 ‘위험군(Yellow)’은 11만명(4%)에 달했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한 2차 범죄도 증가하고 있지만 예방 교육은 부실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한 학교는 중·고등학교를 포함해 전체 5562개 학교 중 245개(4.45%)에 불과했다.
박경미 의원은 “도박 노출 연령이 낮을수록 청소년기 이후 심각한 도박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다”며 “일선 학교에서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도 “보호 받아야 청소년들이 도박 중독에 쉽게 노출돼 있는 현실이 충격적”이라며 “청소년 도박 중독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돼 평생 겪어야 할 고통이 될 수 있으므로 예방과 치유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