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미국 회계법인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더앤더슨이 빅5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하면서 나머지 4대 메이저 법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재편 조짐이 일고 있다.
LA타임즈는 17일(현지시간) 아더앤더슨이 최근 엔론사태와 관련 유죄평결을 받음에 따라 스탭진과 고객의 이탈이 증가하는 등 사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회계업계는 이미 언스트앤영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투시 KPMG인터내셔날 등 4개 거대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5가 빅4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소형회계법인들도 아더앤더슨 위기로 수혜를 입고 있으며 PWC와 딜로이트앤투시가 컨설팅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빅5그룹 내에서도 업체간 차이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빅5중 선두인 PWC는 미국에서 총 9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5위인 KPMG보다 50억달러 이상 많은 규모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현재부터 올해말까지 그 차이는 25억달러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론사태 이전에 앤더슨은 무려 2만6000명의 회계사와 2000명의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었고 미국 시장 매출액 규모도 40억달러에 달했다. 앤더슨의 대변인 패트릭 도튼에 따르면 앤더슨의 직원 수는 현재 1만명 정도로 줄었다. 고객들도 올해 1월 앤더슨이 엔론 감사서류를 파기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탈하기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사인변경 자료에 따르면 앤더슨의 2300개 공기업 고객중 720개 기업이 이탈했고 이로 인한 매출액 감속규모가 1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우기 이번주 토요일 SEC가 8월 31일 이후 앤더슨의 공기업 회계감사를 금지할 경우 고객사 이탈은 훨씬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앤더슨의 추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언스트앤영. 앤더슨 고객사중 189개사가 언스트앤영으로 회계감사인을 교체해, 전체 앤더슨 이탈 고객중 4분의 1을 넘는다. 또 이들이 지난해 앤더슨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3억달러에 이른다. 언스트앤영은 또한 앤더슨 출신 회계사와 파트너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리스 등 주요 상업도시를 포함, 미국 각지에서 약 200명의 파트너와 최소 1000명의 회계사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했다. 언스트앤영은 또한 앤더슨과 제휴관계를 끊은 83개 해외 회계법인중 중 53개 법인과 멤버쉽관계를 맺는 등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호텔산업에서 언스트앤영은 앤더슨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언스트앤영의 호텔고객중 가장 큰 곳은 식스 컨티넨츠 호텔그룹이었으나 최근 몇달동안 이전 앤더슨 고객사인 힐튼호텔, 매리어트인터내셔날, 웨스턴호텔, 스타우드호텔앤리조트 월드와이드 등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아들였다.
딜로이트앤투시도 앤더슨이 곤경에 빠지면서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다. 앤더슨의 카지노업계 전문 파트너 두명을 고용하고 트럼프호텔&카지노리조트와 MGM미라지 등 여러 중요한 고객들을 인수하면서 게임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 딜로이트는 게임산업에서 오랫동안 2인자로 머물렀으나 이제 미국의 상장 게임업체 중 70%를 고객사로 두게 됐다.
PWC와 KPMG도 앤더슨의 주요 고객을 받아들임으로써 각각 2억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봤다.
회계업계 뉴스레터인 "바우만 어카운팅 리포트"의 편집자 아트 바우만은 "앤더슨의 탈락으로 나머지 빅4 회계법인은 시장지위가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개 회계법인의 미국시장 매출액이 평균 5억달러 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우만은 특히 앤더슨은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며 올해 가을이나 겨울쯤에는 해산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