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최정희 기자] 상장 건설회사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만으로는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경기 위축, 미분양 주택 급증 등 건설업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건설사의 재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재무제표상에선 이런 부실 위험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사 상당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이 나섰는데 이를 건설사가 갑자기 떠안게 될 경우 줄도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러한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한 기업도 5곳에 달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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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건설업 72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작년 1~3분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3.0배로 2021년(6.5배) 대비 상당폭 하락했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취약기업 비중’도 36.1%로 전년(28.9%)보다 상승했다. 유동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나눈 유동비율은 149.5%로 2021년말(166.8%)보다 하락했다. 1년 내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도 18.1%로 전년(13.3%)보다 상승했다. 건설기업의 중위 부실 위험(기업이 1년 후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0.613%로 2021년말(0.603%)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부실 위험이 5%를 초과하는 부실위험 기업 비중도 2.8%도 전년과 비슷했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위축, 미분양주택 누증 등 건설업 영억환경 악화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소폭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무제표로는 건설사의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설사의 부동산 PF 및 기타 채무 보증은 재무상태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나 차주가 PF대출 및 유동화 증권 등 관련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보증 주체인 건설기업이 이를 대신 상환·매입하고 이때서야 재무상태표에 이런 부실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작년 부도가 발생했던 충남의 우석건설, 경남의 동원건설산업의 경우 2021년 주요 재무비율들이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각각 광주 주택 사업 부진, 대구 근린상가 미분양 등으로 인해 단기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어음 부도가 발생했다.
72개 상장 건설기업 중 32개 기업이 PF 대출 및 유동화 증권에 대한 채무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의 두 배를 넘어서는 PF 채무 보증을 제공했다. 중도금 대출 보증 등 기타 채무 보증을 모두 포함할 경우 채무 보증을 한 건설사는 44개로 늘어났다. 특히 5개사는 우발 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했다.
외부감사 대상인 건설기업(대기업 307개, 중소기업 1306개)을 분석한 결과 지방에 위치하면서 중소기업일수록 부실 위험이 높았다. 건설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추정한 것이다. 한계기업 비중은 대기업은 9.4%였으나 중소기업은 15%에 달했고 수도권 중소기업은 13.4%, 지방 중소기업은 16.7%로 높아졌다. 부실위험 기업 역시 대기업은 5.5%에 불과하나 중소기업은 11.9%로 높았다. 수도권 중소기업의 부실위험 비중은 11.1%였으나 지방은 12.8%에 달했다.
한은은 “부실 위험이 이미 5%를 초과한 기업은 물론 PF 채무보증 제공 규모가 큰 건설사, 이들이 시공·보증한 PF사업장에 대한 미시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분양을 통해 자금이 공급돼 최종 청산되는 부동산 PF 특성을 고려할 때 부동산 PF 부실 예방 및 건설사의 재무위험 완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