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무자본 갭투자 사기’로 31억원에 달하는 임차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첫 공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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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사기 혐의를 받는 임대사업자 강모(56)씨와 공인중개사 조모(54)씨, 그의 동업자 김모(47)씨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다. 피고인들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4월 임대사업을 하고 싶지만 부동산 매입 자금이 없었던 강씨는 조씨와 김씨에게 “강서구, 양천구에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은 신축빌라가 많아서 건축주가 주는 리베이트가 있으니 한 채당 150~2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마음먹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강씨는 이들이 알선한 임차인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건축주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해 신축빌라 283채를 취득했다. 그는 빌라 1채당 500~150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18명으로 피해 금액은 총 31억6800만원에 달한다. 강씨는 임대기간 만료 시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막연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이용해 특별한 사업관리계획 없이 ‘보증금 돌려막기’로 버텼다. 일당은 이를 알고도 강씨에게 임대사업을 권유하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강씨는 범행의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일 고의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대체로 부인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강씨가)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해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공소사실과 달리 고의로 피해를 입힐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민사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공소사실은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조씨와 김씨도 범행을 모두 부인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강씨와 공모사실을 부인하고 기망취지가 없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은 “부동산을 동업 운영한 사실이 없으며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강씨가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단 사실을 몰랐단 주장이고 피해자들에게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단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했다.
앞서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20년 8월 일당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를 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수사 결과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인 사실을 파악했다. 일당을 고소한 피해자 대부분은 여전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