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대문 상가, 코로나에 1만여 점포 줄폐업.."패션의 성지는 옛말"

오미크론 여파 도소매 시장 손님 발길 '뚝'
매출 반토막 줄 휴·폐업에 상권 침체 심각
상가 관리인 "밀리오레 등 소매점 공실률 70% 육박"
  • 등록 2022-02-08 오전 11:19:59

    수정 2022-02-08 오후 9:19:19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통로에서 볼링을 쳐도 될 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어려워도 너무 어렵습니다.” (동대문 제일평화 3층 여성복 도매업자 김모씨)

‘패션의 성지’ 동대문 도소매 상권 침체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이후 2년 넘게 해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데다가 내국인 소비 패턴이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다. 매출은 반토막으로 줄고 휴·폐업 점포가 속출하면서 상권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반응이다.

▲(왼쪽)2019년 동대문 패션위크 당시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블로그), ▲(오른쪽)8일 동대문 상가 거리의 한산한 모습. (사진=백주아 기자)
실제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지난 2020년 상반기 동대문 패션 관련 도·소매점 34곳의 매출과 유동인구는 전년 대비 평균 80%가량 감소했고 지난 2년간 1만여 점포가 문을 닫았다. 동대문은 31개 상가, 2만5000여 점포에 50만명 이상의 도소매·유통·봉제 등 연관 산업 관계자가 종사하는 곳이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7일 기자가 방문한 여성의류 도소매 패션몰 제일평화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코로나19로 상가가 활력을 잃은지 2년이 넘었지만 최근 오미크론 여파에 사람들 발길이 아예 끊기면서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광경이 펼쳐졌다. 도매 전문으로 점포를 운영했던 상인들조차 소매 고객이라도 잡아 티셔츠 하나라도 팔려고 애쓰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1층. 낮시간 영업 중에도 손님이 발길이 끊겨 통로가 텅 비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3층에서 3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이은정(55)씨는 “사람이 짜증날 정도로 많아 움직이기도 어렵던 시절이 있었는데 코로나 터지고 폐업한 가게도 늘고 상인도 계속 바뀌면서 상권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그나마 온라인 도매 신상마켓 주문 매출로 근근히 이어갔지만 오미크론이 터지고 나서는 온라인 매출조차 평시 대비 절반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25년간 여성복 매장을 운영해온 김선이씨는 “상인들이 똘똘 뭉쳐 장사를 잘해야 상가가 살아날 텐데 침체가 길어지면서 상가 투자 가치도 크게 떨어져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 몇 년간 온라인 쇼핑몰이 노하우를 쌓으면서 여기서 잘 만들어 낸 옷을 카피해서 팔아버리니 마진이 안 나오고 매출도 반토막이 됐다”고 말했다.

2층에서 만난 상인 오모씨는 “동대문은 손님들이 직접 와서 옷을 만져보고 비교하는 맛에 찾아왔지만 요즘 온라인에서 상세 설명 등을 정확히 올려주고 하니까 굳이 시장까지 나오지를 않는다”며 “경기가 좋을 땐 전체 매출 중 오프라인 매출이 70% 정도였지만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중이 거의 같아졌다”고 말했다.

▲헬로 apM 1층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길 건너 의류 소매 패션몰 헬로 apM의 상황은 더 처참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층 점포 곳곳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오프라인 판매를 위주로 운영해 온 집합 상가 대다수는 임대를 통해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 이후 관광객들 발길이 끊긴 이후 매출 타격을 입은 임차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면서 공실이 속출한 것이다. apM 11층 운영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각 층 평균 공실률은 약 50% 수준이다.

20년간 트레이닝복을 전문으로 판매해온 김모씨는 “코로나 터진 첫 해 외국인들이 못 들어오면서 상인들 대부분 재계약 못 하고 자리를 뺐다. 직접 보면 느끼겠지만 정말 끔찍하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점포들은 경력이 10년 이상 된 분들로 단골을 기대하며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층마다 휴·폐업 점포가 늘어나면서 장사를 이어가는 가게들의 활력도 동시에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헬로apM 2층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동대문 중대형 상가 1~4분기 평균 공실률은 11.9%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9.5%) 평균 대비 2.4%포인트 높다. 동대문의 공실률은 2019년 2분기(6.7%)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도 전분기 대비 1.18% 떨어졌다.

박종수 헬로apM 관리단 이사는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이미 상권이 피폐해지기 시작해 옆에 두타, 밀리오레 등 대다수 소매 상권 공실이 70%에 육박한다”며 “상황이 이래서 도저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지만 그나마코로나가 풀리고 외국인들이 다시 유입될 때를 대비해 관광객들을 즉시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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