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만기상환에 실패한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국내 금융사 11곳이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금융사는 신탁과 렙 계좌 등을 통해 레고랜드 ABCP에 투자했다. 대부분 법인투자자들 자금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레고랜드 PF ABCP를 담은 증권사는 총 10곳으로 이 중 신한투자증권이 550억원으로 가장 많고 IBK투자증권이 2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이 200억씩 담았고,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투자증권이 150억원씩, 유안타증권과 KB증권이 50억원씩 투자했다. 운용사 중에서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이 펀드에 100억원어치 편입했다.
대부분 신탁계정이나 랩 어카운트 계정을 통해 투자해 법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PF ABCP는 춘천 중도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설립된 강원중도개발이 20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고, 이 대출을 기초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통해 유동화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왔으나 상환에 실패했고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이원제일차는 최종 부도처리됐다.
강원도는 지급보증 의무가 발생한 만큼 대출을 갚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유동성 경색 국면과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확약한 지방 개발사업 PF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근 만기가 돌아온 천안시나 경산시의 개발사업 PF는 차환이나 상환에 성공했지만 좀처럼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PF ABCP 금리가 치솟으면서 최근 모 증권사가 확약한 ABCP는 15%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F ABCP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금리가 뛰었는데 두자릿수 금리에도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