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유일 노조' 포르쉐, 노조원 불이익에 탈퇴 종용 욕설까지

  • 등록 2016-11-14 오전 10:04:13

    수정 2016-11-16 오후 10:02:42

고소장 내용. SSCL 노동조합 제공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포르쉐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의 영업직원과 서비스직원으로 구성된 국내 수입차 첫 노동조합이 사측의 횡포로 해체 위기에 처했다. 사측은 그동안 노조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탈퇴를 종용해왔으며 노조 간부들을 강등 징계하기도 했다. 이마저 통하지 않자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욕설까지 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14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SSCL의 A 이사와 B 부장은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영업 노조에 합류하지 말 것을 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에 가입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B 부장은 올해 5월 여직원 A씨를 불러 “노조를 가입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며 “노조 가입된 애들이 다른 회사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나. 여기서 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체협상은 2년에 한번이다. (지금) 가입해도 들러리만 될 뿐이지 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B 부장은 대화 중에 욕설도 서슴없이 사용했다.

A 이사 역시 같은날 다른 직원 B씨를 불러 “노조 가입하는 것을 회사는 막지 않는다”면서도 “내 진짜 속마음은 (노조 활동)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이사는 노조 가입된 친구들 불러서 면담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힘든 노조로 들어가서 진짜 별로 얻어낼 게 없다”며 노조 가입을 하지말라고 우회적으로 종용했다.

사측의 압박으로 올해 초까지 만해도 120여명에 달했던 SSCL 노조원 수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직접적인 모욕이 아니더라도 제 3자에게 노조원을 험담하는 등 하는 방식으로 탈퇴를 종용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직장 상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소위 ‘갑질’을 한 것이다. 김창규 SSCL 노조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서울지방 고용노동청에 그레이엄 헌터 대표이사와 해당 발언을 한 임원들을 부당노동행위 행위로 고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A이사에 대한 고소 건을 취하했으며 추가 건에 대해서도 이달 4일 고소를 취하한 상황이다.

포르쉐 SSCL 사측은 이에 대해 “회사에서는 노조원이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탈퇴를 강요할 수 없는 구조”라며 “지속적으로 노조와 원활한 임금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대화로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르쉐 SSCL 영업 노조는 2014년 출범한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한 노조다. 지난해는 노조가 기본급·휴일수당 보장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다 사측이 간부 4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간부 4명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하면서 사측은 결국 연말에 이들을 복직시켰지만, 올해 2월 다시 직급을 강등시켰다. 4월에는 노조위원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수상한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하는 등 노사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SSCL과 한성자동차 모두 화교 자본인 ‘레이싱홍’ 계열이다. 포르쉐는 1990년대 한성자동차가 국내에 포르쉐를 수입·판매 해오다 2005년 SSCL로 분리됐고, 2014년에 포르쉐코리아가 설립되면서 공식 수입사에서 판매사(딜러)로 전환됐다. 지분은 레이싱홍 계열의 애스캠피언(Ascampian Sdn.Bhd)이 100%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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