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통큰 투자' 배경은.."10년뒤에 보자"

올해 43조1천억원 투자..'사상 최대'
"시스템,재원,인재 모두 갖추고 미래 준비한다는 전략"
  • 등록 2011-01-05 오후 12:18:51

    수정 2011-01-05 오후 6:58:54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삼성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와 채용에 나선다. 삼성그룹은 5일 올해 총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8% 증가한 43조1000억원, 채용은 11% 늘어난 2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삼성이 이처럼 '통큰 투자'에 나선 데에는 신사업 발굴과 주력사업 강화를 통해 '10년후 삼성'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투자액 대부분이 시설투자와 R&D(연구 및 개발)에 사용되는 점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적극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올해가 21세기의 또다른 10년을 여는 첫해가 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 "이 회장의 위기 의식이 고스란히 '공격경영'으로"

지난 3월 경영 복귀 이후 이 회장은 특유의 '위기론'을 수 차례 강조해왔으나 지난 3일 삼성그룹의 신년하례회에서는 그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 임직원들에게 전하는 신년사에서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 대부분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과 제품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자 추진한 창조경영은 내부의 한계와 장벽만을 확인해야 했다"며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는 아직도 세계 시장과 고객의 마음속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 회장의 '반성'과 '위기 의식'이 이번 2011년도 투자 및 채용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투자액 43조1000억원 가운데 시설투자가 29조9000억원, R&D 투자가 12조1000억원 등 무려 42조원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10년 뒤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위한 밑거름을 뿌리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삼성의 지난해 시설투자액은 20조원 안팎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미 신사업 발굴 및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등의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사상 최대의 투자와 더불어 고용 규모를 확대한 것 역시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삼성은 신규사업 투자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위해 올해 사상 최대 채용규모인 2만5000명을 고용하기로 확정했다.

◇ "시스템, 재원, 인력 등 '세 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삼성은 올해 주력사업인 반도체에 가장 많은 10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다른 경쟁업체들이 투자액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같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키로 한 것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2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또 지난해 투자액 1조4000억원에 머물렀던 OLED 분야에 무려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 날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 제품 분야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도 내비쳤다.

아울러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자본투자 계획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최근 바이오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하면서 M&A(인수 및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이같은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올해 투자 계획에는 주력사업은 더 강화하고, 신사업은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 어마어마한 시스템과 재원,인력 등 '세 바퀴'가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갈지 여부는 경영진의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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