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캐스트` 선정성·낚시기사로 도배

시행 8개월만에 클릭율 높이기 무차별 경쟁
학계 "민간위원회 구성 등 보완책 필요"
NHN "규제시스템 있지만 자정노력 중요"
  • 등록 2009-09-03 오후 1:29:49

    수정 2009-09-03 오후 2:25:45

[이데일리 유환구기자] NHN(035420)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선정성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언론사에게 편집권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올해초 시작한 뉴스캐스트가 갈수록 선정적으로 변하는데다 제목과 내용이 완전히 다른 `낚시성`으로 채워지면서 이용자들 불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정착되면서 1위 포털 업체의 책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뉴스캐스트에 대한 불만이 누적될 경우 자칫 이용자 이탈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목과 딴판 수두룩..클릭율 높이려 선정성 경쟁

"한마디로 가관이다. 한국 언론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네티즌 불만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광고성 기사에 대한 불만부터 제목과 내용이 판이해 `낚였던` 경험담이 수두룩하다. 

`아기옷에 콘돔 터졌다/성생활이 지루해지면`. 한 언론사가 뉴스캐스트에 나란히 배치한 기사 제목이다. 이에대해 "대부분 언론사들 기사 제목이 이런 식"이라는 네티즌 개탄도 보인다. 

이 네티즌은 "국내 1등 포털사이트 초기 화면이 이런 문구들로 도배가 돼버린 셈"이라며 "이런 의미없는 뉴스들이 하루 1600만명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내보다 더 생리대를 더 많이 쓰는 남편`. 클릭해 따라 들어가보니 신체적 장애를 가진 부부가 만나 결혼 후 생활을 다룬 심금을 울리는 내용으로 제목과는 영 딴판이다. 때문에 "조회수를 올리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건 도를 넘어선 경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스캐스트를 처음부터 관심있게 봤는데 이렇게까지 막나갈 줄은 몰랐다"며 "이용자들도 불쾌하지만 공들여서 꾸며놓은 초기화면이 이렇게 망가지는 걸 보고 있는 네이버도 불쾌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등이 매체 성격과 무관하게 연예인 사생활이나 신변잡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뉴스캐스트에서 언론사들을 하나씩 돌려보면 전 매체의 스포츠 신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인 기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 수위 넘어서..후속대책 절실

뉴스캐스트는 도입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뉴스캐스트 이전에는 네이버 뉴스 편집에 대한 외부 견제가 많아 그나마 `정제된` 콘텐트가 노출됐던게 사실. 
 
언론사들에 편집권이 넘겨지면서 클릭율을 높이기 위한 `제목 장사`가 촉발될 것이란 예상은 관련업계와 학계에서 많이 나왔다. 이제라도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캐스트에 대해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였다"며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인터넷 문화를 활성화시켰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하지만 당초 단점으로 지적됐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며 "뉴스 제공사를 선정할 때 자체적인 민간위원회 등을 구성해 선정성 기사가 많은 언론사를 퇴출하는 방식의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뉴스캐스트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 실망감에 따른 이용자 이탈을 고려해야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면서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사이트로서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NHN "언론사 자정 노력이 중요"

NHN은 뉴스캐스트를 통해 그동안 뉴스편집권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 다소 홀가분한 표정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선정적 뉴스 경쟁 등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안이나 보완책을 골몰하고 있지만, 결국 언론사들 스스로 노력하는데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NHN 관계자는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언론사들의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는 등 트래픽 이전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라는 원래 취지가 잘 구현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뉴스캐스트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매체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라며 "문제가 많은 매체보다 다른 곳을 선택하게 만드는 게 원래 취지"라고 설명했다.

뉴스캐스트에 등록된 언론사는 현재 36개사. 네이버는 `My 뉴스` 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보고 싶은 언론사를 따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자율적인 규제 시스템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지만,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NHN 관계자는 "언론학회가 추천한 7명의 학자로 구성된 제휴평가위원회가 대외기구로 활동하며 뉴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정확한 기준을 공개할 순 없지만, 이 기구를 통해 언론사들에게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5월 뉴스 제목의 선정성 등을 이유로 모일간지를 뉴스캐스트 `기본형`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과 21일만에 다시 복귀됐다.
 
NHN은 "자율 규제의 수위를 높이면 또 다시 편집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결국 언론사들의 자정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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