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의 주가 폭락 등으로 인도 증시의 시가 총액이 세계 7위로 밀려났다.
|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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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증권시장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전날(21일) 기준 3조1049억달러(약 4048조7896억원)이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1일과 비교하면 10% 넘게 빠졌다.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냈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로 인해 국가별 시가총액 순위에서 인도는 영국(3조1100억달러·약 4049조8420억원)에 밀리며 6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인도 증시가 뒷걸음질치는 사이 수출 호조를 등에 업고 영국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두 나라 시가총액 순위가 뒤집힌 건 지난해 5월 말 이후 9개월 만이다.
인도 증시 부진은 인도 최대 재벌이었던 아다니그룹이 추락한 탓이 크다. 지난달 미국계 공매도 회사 힌덴버그리서치가 아다니그룹에 주가 조작·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매도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다니그룹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아다니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은 1420억달러(약 185조970억원) 증발했다. 인도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4%가 넘는 액수다. 힌덴버그는 공매도 보고서를 내며 아다니그룹 상장사 주가가 보고서 공표 당시보다 8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루피화 약세도 증시 부진 이유로 꼽힌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손실 우려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10% 넘게 하락했다.
다만 인도 증시가 구조적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GAM인베스트먼츠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지안 코르테시는 “아다니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해외 투자자에게 약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들은 (인도 증시 전체가 아닌) 아다니그룹에만 주목하고 있다”며 “인도에서 투자자들이 더 신중해질 수 있지만 인도 증시 전반을 회피하는 투자자는 아직 없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