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환경 속에서 국내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보험사는 최악의 경우 업계 평균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 밑으로 추락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최악의 경우 16개 보험사, 4개 증권사, 규제 비율 못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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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평균 RBC비율이 작년말 246.2%에서 최악의 경우 80.4%로 규제 기준 100 밑으로 빠진다. 특히 51개 보험사 중 16개가 RBC비율 아래로 추락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자본비율 추락에 대비해 ‘보험부채 감소분’의 일부를 RBC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완충 방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 이런 부분은 여기에 반영되지 않았다.
증권사는 818.6%에서 552.8%로 규제 기준 100%를 상회하지만 44개 증권사 중 4개는 자본비율을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최근 상황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개별 기관의 잠재 리스크 및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험사는 금융위가 취한 대로 한시적인 RBC 계산비율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증권·보험사 유가증권 평가손실…저축은행, 대출 절반 이상이 취약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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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권·보험의 주식 보유 규모는 각각 24조5000억원, 46조원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20% 하락하면 4조9000억원, 9조2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19% 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보험사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은 40~80조원 가까이 커졌을 전망이다.
보험사는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헤지(전체 3분의 1 가량은 3~5년)하고 있어 외환시장 불안시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차환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 생명보험사는 환헤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아(3분의 1이 1~2년) 환헤지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출액 중 취약차주(다중채무이면서 저신용 또는 저소득 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작년말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계 취약 부문 대출 규모는 각각 46조원, 74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8.9%, 64.6%에 달했다.
또 이들은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시 대출 자산이 부실화될 소지가 크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 마진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한은은 “저축은행·여전사는 높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저축은행 84.1%), 법정최고 금리(20%) 제약 등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해도 대출 금리 인상이 제한돼 이자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중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43%가 15~20%대 금리이고 작년 4분기중 카드사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7~19%대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