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악의 경우 보험업계 평균 RBC비율 80%…규제선 밑으로 추락"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보험사 51개 중 16개가 규제 자본비율 하회…증권사 4곳도
증권·보험, 채권·주식 평가손실 40~80조원에 달해
저축은행·여전사 대출 3분의 2는 취약부문 대출
  • 등록 2022-06-22 오전 11:00:00

    수정 2022-06-22 오후 10:24:1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금리가 올라가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물가 급등 우려가 동시에 번진다.

엄혹한 환경 속에서 국내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보험사는 최악의 경우 업계 평균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 밑으로 추락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최악의 경우 16개 보험사, 4개 증권사, 규제 비율 못 맞춘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이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을 이용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등으로 인해 내년말까지 성장률이 0.6%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이 5.4%로 오르고 코스피 지수는 1950선으로 추락, 3년물 국고채 금리는 5.8%로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더니 보험·증권사의 자본비율이 크게 악화됐다.

보험업계 평균 RBC비율이 작년말 246.2%에서 최악의 경우 80.4%로 규제 기준 100 밑으로 빠진다. 특히 51개 보험사 중 16개가 RBC비율 아래로 추락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자본비율 추락에 대비해 ‘보험부채 감소분’의 일부를 RBC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완충 방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 이런 부분은 여기에 반영되지 않았다.

증권사는 818.6%에서 552.8%로 규제 기준 100%를 상회하지만 44개 증권사 중 4개는 자본비율을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의 경우도 취약차주 비중이 높아 자본비율이 13.3%에서 10.3%로 떨어지지만 규제 기준 7%(자산 1조원 이상은 8%)를 상회했다. 상호금융은 8.5%에서 6.7%로 추락, 규제 기준(2~5%) 상단을 소폭 상회했다. 그나마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작년말 16.3%에서 14.7%로 규제 기준 10.5%를 넘었다.

한은은 “최근 상황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개별 기관의 잠재 리스크 및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험사는 금융위가 취한 대로 한시적인 RBC 계산비율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증권·보험사 유가증권 평가손실…저축은행, 대출 절반 이상이 취약차주

(출처: 한국은행)
증권·보험사는 투자자산의 상당량을 주식,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어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 작년말 현재 증권·보험사의 시가평가 대상 채권 규모는 각각 244조1000억원, 336조8000억원이다. 시장 금리가 작년말 대비 1~2%포인트 오를 경우 증권사는 1조6000억~3조3000억원의 손실을, 보험사는 36조~72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됐다. 국고 3년물 금리가 올 들어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후자쪽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또 증권·보험의 주식 보유 규모는 각각 24조5000억원, 46조원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20% 하락하면 4조9000억원, 9조2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19% 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보험사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은 40~80조원 가까이 커졌을 전망이다.

특히 증권사는 유동성 리스크도 잔존하고 있다. 한은은 “증권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단기 차입 비중이 매우 높아 차환리스크가 큰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관련 마진콜, 채무보증 이행 등에 따라 추가 유동성 수요가 촉발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작년말 차입부채 중 단기시장성 차입 비중은 56.1%였다. 단기시장성 차입 중 RP 매도 비중도 73.8%에 달했다.

보험사는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헤지(전체 3분의 1 가량은 3~5년)하고 있어 외환시장 불안시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차환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 생명보험사는 환헤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아(3분의 1이 1~2년) 환헤지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출액 중 취약차주(다중채무이면서 저신용 또는 저소득 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작년말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계 취약 부문 대출 규모는 각각 46조원, 74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8.9%, 64.6%에 달했다.

또 이들은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시 대출 자산이 부실화될 소지가 크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 마진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한은은 “저축은행·여전사는 높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저축은행 84.1%), 법정최고 금리(20%) 제약 등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해도 대출 금리 인상이 제한돼 이자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중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43%가 15~20%대 금리이고 작년 4분기중 카드사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7~19%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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