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 선포…여의도 49배 면적 ‘잿더미’

文 대통령, 이재민 대피소 찾아…“특별재난지역 선포 국가가 직접 복구할 것”
강풍 속 자욱한 연기에 시야 확보 어려워 송전탑 등 사고 위험 헬기 진화 더뎌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 30% 넘겨…옥계·동해 진화율 20% 머물러 진화 답보
  • 등록 2022-03-06 오후 5:09:56

    수정 2022-03-06 오후 8:48:05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박진환 기자] 대형산불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대형 산불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역대 네번째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도 울진·삼척산불과 옥계·동해 산불의 진화율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어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서울 여의도의 49배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한 가운데 여전히 강한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불길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소방·산림당국은 ‘주불’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산불 진화 작업의 핵심인 헬기 진화가 자욱한 연기와 송전탑 등 장애물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울진·삼척산불 사흘째인 6일 경북 울진군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의도 49배 면적 잿더미…완전 진화까지 시간 걸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일 경북 울진과 강원 옥계에서 시작한 울진·삼척·동해산불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산림피해 면적을 1만4222㏊로 추정했다. 축구장 1만9918개, 여의도 49배의 면적이 재로 변했다. 지역별로 울진 1만1661ha, 삼척 656ha, 강릉 1656ha 동해와 영월 각각 169ha 등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 시설이 소실됐다. 이는 현대화된 산불 통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역대 2번째 규모이다.

헬기 89대와 차량 843대를 비롯해 소방 경찰·군인·공무원 등 1만6000여명이 진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건조특보가 내려진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애를 먹고 있다. 울진·삼척산불 진화율은 30%대, 강릉 옥계·동해 진화율도 20%대에 그치며 답보 상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재 화선 범위가 너무 넓어서 오늘 안에 모든 불을 진압하기는 어렵다”며 “확산이 예상되는 큰불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로 극심한 피해를 보자 정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경북 울진군,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형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산불,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 이후 네 번째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됨에 따라 정부는 산불로 피해를 본 주택 등 사유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해 울진군, 삼척시 등 2개 시군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피해주민에 대해서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원과 함께 지방세 납부유예, 공공요금 감면 혜택 등 간접지원 혜택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번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외 강릉·동해 등 피해지역에 대해서도 피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강원ㆍ경북 산불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토치 방화·담뱃불 실화’ 산림 1만4000여ha 초토화


울진·삼척과 강릉·동해 산림을 초토화한 산불의 원인은 결국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은 60대 방화범이 토치로 낸 불이다. 그는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방화를 시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울진·삼척산불 원인도 담뱃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시작돼 산 위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발화 시간대에 지나간 차량들을 CCTV로 확인하고 조사하기로 했다. 다만 담뱃불에 따른 산불은 원인 규명이 매우 어려워 산불 범죄 관리 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산불은 선거가 있는 짝수해마다 대형 산불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던 트라우마를 되살리고 있다. 올해는 이달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큰 선거가 산불위험기간에 연이어 예정돼 있다. 가장 큰 규모의 대형 산불은 16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82배인 2만3794㏊의 산림이 초토화됐고 8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강릉을 중심으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도깨비 산불’이라는 괴담과 ‘선거가 있는 짝수해는 대형산불이 난다’는 징크스가 생겼다. 올해 코로나19 방역체계와 선거 준비 등으로 인력이 분산되면서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한 행정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 준비와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모든 부서에 인력이 부족해 산불 예방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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