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피해자가 지인 모임에서 화를 내며 술병을 깬 자신에게 느꼈을 불편한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 신문에 이같이 답했다.
|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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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번 공판에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첫 재판 때부터 우발적으로 피해자들을 죽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씨는 범행 당시 큰딸을 제외한 가족은 단지 제압만 하려 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등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월 23일 피해자 중 큰딸을 비롯한 지인 2명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신경질을 부리며 술병을 깼다. 이 일로 피해자는 김씨에게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같은 공간에 있던 피해자가 느낀 불편함에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술을 마시고 피해자 얼굴을 본 뒤에야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피해자를 찾아가 계속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피해자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욕구와 궁금증으로만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범행 장소를 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사망한 어머니의 언니 A씨는 “큰 조카는 활달하고 잘 웃는 성격으로,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없었다”며 “그런데 김씨는 조카의 그런 행동을 자신에게만 특별하게 대한 거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친절한 모습을 본 배신감에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재판부를 향해 “그 일을 겪고 일하면서 칼을 사용할 때마다 몸서리가 쳐지고, 밥을 먹고 일을 하다가도 동생이 죽었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멍하게 앉아있고 불안이 몰려와 토할 것 같다”며 “절대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헤아려주시고, 모두가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오전 10시에 결심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며, 반대신문과 최종 진술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