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재명 재난지원금 논란…결국 모든 재원은 '세금'

전도민 지급 찬·반 논란에 일부 의견만 반영
인구 221만 대표는 찬성…622만은 반대의견
李 "재원은 '1조7천억원 중 경기도 몫' 충당"
정부·지방 합친 초과세수도 전부 '국민세금'
장현국 의장 "도의회와 협의 진행한 바 없다"
"내년부터 세금 늘리거나 사업 줄일 수 밖에"
  • 등록 2021-08-16 오후 3:41:31

    수정 2021-08-16 오후 3:41:31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이 들썩였다.

이 지사가 정부 발표에 반기를 들고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지 보름여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이재병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오전 긴급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도민들에게 제3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상위 12%를 포함한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지사의 발표가 있기 까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논란은 물론 예산을 직접 충당해야 하는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들 까지도 서로 이견을 보이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13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100% 지급’…이재명 운 떼니 몇몇 구성원 응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자 경기도 내 몇몇 구성원들이 힘을 보탰다.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경기도 지자체장들이다.

고양·파주·구리·광명·안성의 5개 단체장들은 지난달 29일 “경기도가 예산을 분담해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단도 지자체장들의 의견과 같은 입장을 냈다.

사실상 이 지사에 대한 지지표명이나 다름 없었다.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 또한 컸다. 고양시를 제외한 도내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속한 지자체 시장(수원·용인·성남·화성·부천·남양주·안산) 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들며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했다.

친(親) 이재명 인물로 분류되는 곽상욱(오산시장)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이 전 도민 지급을 건의했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협의회 사무국에서는 곽 시장의 발표에 31개 시·군 단체장들이 모두 동의한 것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지지했던 단체장 지자체 인구가 220만여 명인데 반해 이에 반대했던 지자체 인구는 622만여 명이었다.

이 지사가 지난 13일 발표 당시 밝힌 “시·군과 도의회 건의를 바탕으로…”라는 말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는 일부 구성원(체)의 의견인 셈이었다.

예산 최종 결정권 쥔 도의회 “협의 조차 없었다”

정부가 5차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한데는 최소한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포함한 총 34조9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이 국회와 합의를 이룬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는 반대로 갔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 지사의 온라인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인 13일 오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의회 의결로 확정되는 사안인데 도의회는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에 대한 심의와 의

결은 커녕 정식 협의 일체를 진행한 바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장현국 의장이 지난 1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사진=경기도의회 제공)
또 장 의장은 같은 당 일부 동료 의원들이 ‘재난지원금 100% 지급’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장 의장은 “이 지사는 교섭단체 대표단의 일부 의견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도의회의 확정적 제안인 양 둔갑시켜 예고 없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기금은 바닥인데…결국엔 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경기도가 모든 도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경기도가 3736억 원, 시·군이 415억 원을 각각 부담한다.

지난 13일 이재명 지사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전국에 걸쳐 초과해 거둬들인 세금 1조7000억 원 중 경기도 몫’ 이라는 두루뭉술한 대안을 내놨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이제영 의원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관련 기금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몇 차례 돈을 가져다 쓰면서 기금은 이미 거의 바닥 난 상태인데다 다른 예산을 삭감한다는 내용도 없고 지방채 발행 계획도 없는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결국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제시한 ‘1조7000억 원의 경기도 몫’ 역시 결국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다. 또 수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바닥이 보이는 기금은 당장 내년에라도 일정 부분 거둬들인 세금으로 다시 채워넣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업예산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 멜 수 밖에 없다.

경기도민들은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내년부터 세금을 더 내거나, 그렇지 않다면 행정서비스의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형편이다.

김정완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라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경기도가 정부의 88% 국민에 대한 선별지원 방침과 달리 나머지 12%에 대해 경기도 예산을 추가해 보편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상 재원조달 방안과 지급일정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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