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방향 전환되나
지난달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한미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 공공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질환(LSD)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 이 질환은 체내 ‘쓰레기 처리장’ 역할을 하는 리소좀이 특정 효소 부족으로 제역할을 못해 체내에 불순물이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녹십자는 리소좀 축적질환 치료제 개발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리소좀 축적질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녹십자가 보유하고 있는 치료제 헌터라제 역시 이 리소좀 축전질환의 하나인 헌터증후권에 사용하는 약이다. 헌터증후군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등을 겪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녹십자는 헌터라제를 보유하고 있는 등 리소좀 축적 질환에 개발 노하우가 있어 우리의 신약개발 역량과 만나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아직 리소좀 축적질환중 어떤 질환을 타깃으로 할지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잰걸음...핵심 키워드는
GC녹십자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에는 두 가지 줄기가 보인다. 회사의 강점을 더욱 탄탄히 하면서도 신규 사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과의 맞손에는 모두 녹십자의 개발 노하우가 축적된 리소좀 축적질환제 개발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또한 유한양행 자회사 애드파마와는 협력에는 그간 혈액 제제와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에서 강점을 가졌던 녹십자가 합성의약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런 외연 확장적 제휴로는 녹십자가 지난해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도 있다. 마이크로바이오옴은 미생물 군집과 유전체를 의미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종 질병과 관련돼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한 신약개발이 활발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제약회사나 바이오기업마다 각기 지닌 연구개발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사와도 손을 잡으면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며 “오프 이노베이션 경계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녹십자의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좀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04억원에 그쳐 2005년 이후 14년만의 최저치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신약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총 281곳의 성과를 분석한 것을 보면, 오픈 이노베이션 경우가 자체적인 연구보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3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