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항공기, 선박은 `깨끗한 지구 만들기`의 복병 취급을 받곤 한다. 잊을만하면 기름 유출 사고가 터지고, CO2 배출량 역시 적잖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들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 해운사들이 `친환경`을 모토로 내건 이유는 또 있다. 반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친환경 경쟁력`이라도 갖춰놔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 친환경 항공기 도입 잇따라..인프라 개선도 추진
항공기 운송 중에 발생하는 CO2의 양은 전체 CO2 발생량의 약 2%를 차지한다. 다만 전 세계 다양한 업종의 CO2 배출량이 감소하는 반면 항공 운송은 수요 증가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이 늘고 있다. 이는 항공업계에 심리적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친환경 항공기 도입과 엔진 개발, 대체 연료 개발, 비행 경로 개선 등의 방식으로 유류비 절감, CO2 배출 감소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6월 첫선을 보이는 A380의 경우 CO2 배출량이 기존대비 20%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착륙시 소음 영향 범위도 40% 적어 대표적인 친환경 항공기로 꼽힌다.
인프라 개선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비행노선이 서로 다른 관제, 군사영공 때문에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인프라 조건을 개선, 약 12%의 온실가스 절감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는 착륙 기법 활용,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 등이 눈에 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친환경 항공기 도입 외에도 이륙 시 지상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한 활주로 중간진입,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는 연속강하접근 등을 활용 중"이라며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 해운업, 환경 골칫덩이?.."이젠 아냐" 해운업은 환경 운동가로부터 더 큰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다. 해운 서비스는 선박 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부터 유류 및 화물(화학 물질) 누출, 선상 쓰레기나 폐화물, 선체 부착생물 방지를 위한 방오도료에 의한 생태계 영향, 밸러스트수로 인한 생물 이동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업황 악화, 고유가보다 친환경 이슈가 더 큰 리스크"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어 단기간내 시장 판도가 확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 해운사들은 이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대표 업체들은 각각 녹색 경영을 위한 전담반을 설치,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녹색경영 파트를 신설한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선사 최초로 탄소배출량 계산기를 만들고 규제사항 준수에 나서고 있다"며 "세계적인 환경 보전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 친환경 프로젝트..남은 숙제는
이같은 항공, 해운사들의 친환경 전략이 결국엔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항공기나 선박 등이 도태되는 모습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친환경 전략은 규제 때문이 아닌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임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자금이다. 특히 항공, 해운업은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라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기은연구소는 녹색성장 정책이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자금 조달이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기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선박금융을 활성화해 해운사들의 신규 선박 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말했고,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그린투자펀드 자금 조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