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월의 발언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대전에서 열린 IMF 컨퍼런스에서 윤 장관은 "G3(미국 중국 유럽)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하반기 이후 회복 속도가 다소 낮아지겠지만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불확실'론이 제기된 직후라 윤 장관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시기지만 외부적 요인은 불확실하다. 미국경제, 유럽경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도 불확실성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 더블딥 우려 커지는 미국..마땅치 않은 경기부양 수단
정부가 다시 경계모드에 돌입한 것은 먼저 미국 경제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던 미국경제는 고용과 소비, 주택, 경제성장률 등 각종 지표에서 눈에 띄게 둔화되는 추세가 목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더블딥(경기의 이중 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꺾임이 뚜렷해져 2분기 성장률은 속보치(2.4%)를 크게 밑도는 1.6%로 수정 집계됐다. 지난 7월 기존주택 거래건수는 15년 만에 가장 적었고, 신규주택 거래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주택거래의 감소는 집값 하락의 전조이며, 이는 담보가치하락과 주택대출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과정을 다시 떠올리는 불길한 징조다.
◇ 엔고에 허덕이는 일본..정부대책 실망 주가 폭락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 하락)이다. 엔고는 수출의 발목을 잡고, 디플레는 내수를 망가뜨린다. 그 결과로 주가가 지난 4월 이후로 내리 떨어지고 있다.
엔고가 위험수위까지 오르자 지난달 30일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대책 기본방침`을 다급하게 꺼냈다.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엔화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외환시장 개입도 불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소비 자극책을 시행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정책의 약발이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의 수위가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내용도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었다.
◇ 정부 "美日 경제 급박..상황급변시 우리에 치명타"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진행돼 온 그동안의 경제회복은 한계가 뚜렷하다. 미국과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세계경제에 연쇄적인 수요위축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그동안 수출 호조 덕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던 한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경쟁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미, 일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정부도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급변할 경우 국내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