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펀드결산)①끝없던 환매 행렬

펀드 수탁고 11조원 급감
국내 주식형에서 해외펀드로 `환매 바통`
미래에셋 수탁고·순자산 모두 1위 구축
  • 등록 2009-12-14 오후 1:55:26

    수정 2009-12-14 오후 1:55:2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올 한해 펀드 산업도 큰 부침을 겪었다. 반토막 펀드가 속출하기도 했지만 증시가 점차 금융위기 충격을 극복하면서 펀드도 속속 원금을 회복해갔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줄기차게 환매에 나섰고, 펀드 설정액은 크게 줄었다. 펀드 산업이 위축된 가운데 각종 제도적인 변화와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펀드시장의 흐름과 이슈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에서 어느정도 벗어났지만 펀드 시장은 오히려 위축된 한해였다.

금융위기로 반토막 펀드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증시가 반등할때마다 속속 펀드 환매에 나섰다. 이에 따라 펀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전체 주식형 펀드는 올해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물론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사상 최장기간 자금유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행히 증시 자체는 금융위기 충격에서 어느정도 회복되면서 환매에도 불구하고 펀드 순자산은 늘었다.
 
환매 열풍 속에서도 돈이 드는 펀드들이 있었다. 원자재나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왔고 국내 펀드 중에서도 그룹주나 개명펀드들은 인기를 끌었다.

◇반토막 악몽에 반등할때마다 환매로

올 한해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줄기차게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펀드는 하반기 들어서 환매 행렬이 두드러졌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지난해말 140조2123억원에서 지난 9일 현재 128조567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한해동안 11조원 쪼그라든 셈이다.

단위: 조원
올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내내 순유출을 보이다 지난 11월에서야 간신히 유입으로 돌아섰다. 월간 순유출 규모가 1조원에 달한 달도 여러번이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1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9월에는 2조3900억원을 기록해 2007년 4월 이후 2년5개월만에 최대를 보이기도 했다. 7월중순부터 8월중순까지 23일 연속 자금유출을 보여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는 코스피 지수와 궤를 같이 한다. 3월 1000선 근처에 머물던 지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면서 마디지수를 통과할때마다 환매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지수가 폭락했을 때에는 손을 못 쓰고 망연자실했던 투자자들이 지수 1400대부터 얼추 원금회복 구간에 들어서자 펀드 정리에 나선 것이다. 특히 7월부터는 적립식 펀드에서 환매가 급증했다.

해외 펀드는 연말로 갈수록 환매세가 강해졌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증시 등이 올해 급반등하면서 원금회복 구간에 접어든데다 올해로 해외 펀드 양도차익 비과세가 종료되는 만큼 연말 해외 펀드 환매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9월10일부터 11월23일까지 52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이어가면서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양현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공황증을 겪은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 탈출 러시를 보였다"며 "원금회복이나 차익실현 성격의 주식형 펀드의 환매규노는 총 9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금이 빠져나가도 증시가 연초에 비해 오른 덕에 주식형펀드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순자산액은 올 한해 30조원 가량 늘었다.

환매로 신규 펀드 출시는 뜸했던 데다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고 펀드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전체 펀드수는 지난해말 9678개에서 지난 9일 9094개로 감소했다.

한편 주식펀드에 비해 채권형펀드는 5년만에 자금 유입세로 돌아섰다.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지난 2005년 1월 76조원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작년 12월 29조원 수준까지 줄었다. 그러나 올들어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큰 폭으로 늘었다.

◇ 엇갈린 운명..설정액·순자산 미래에셋 1위 탈환

운용사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올해 6월초까지만 해도 수탁고 1위를 놓고 삼성투신과 미래에세운용이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순위다툼을 벌였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미래에셋이 1위를 굳혔다.

금융위기 이후 자금 블랙홀이었던 MMF가 경기 회복과 증시 상승으로 점점 몸집을 줄이자 MMF 비중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삼성투신도 같이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특히 최근 삼성투신이 주간을 맡고 있는 연기금 투자풀에서 통합펀드 환매가 이뤄지면서 설정액 차이는 더 벌어졌다. 9일 기준 미래에셋의 설정액은 55조3370억원을 기록한 반면 삼성투신의 설정액은 33조4283억원에 그쳤다.  
 
순자산에서도 삼성투신이 1위를 유지해오다 9월21일 미래에셋에 역전당했다. 증시가 오르면서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의 순자산은 꾸준히 확대된 반면 삼성투신은 9월 MMF 자금이탈 영향으로 급감추세를 나타냈다.

양사간 순자산 차이는 갈수록 확대돼 9일 기준 미래에셋은 49조1228억원, 삼성투신은 33조679억원으로 16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 펀드는 부진했지만 해외 펀드의 수익률은 수위를 지켰다"며 "여기에 한번 가입하면 꾸준히 넣게 되는 적립식 펀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 : 금투협, 단위: 조원


◇ 원자재·중국 본토펀드 인기..개명 펀드도 두각

이렇게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돈을 끌어모은 펀드도 있다. 주로 원자재 펀드와 중국 본토펀드 등으로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말에 비해 한해동안 가장 수탁고가 많이 늘어난 주식형 펀드는 슈로더브릭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을 무려 2조9990억원 늘었다. 이외에 JP모간러시아, 블랙록월드광업주,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등이 자금유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 한해 그룹주가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만큼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로도 2500만원 이상 들어와 그룹주 이름값을 했다.

이름을 바꾸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태어난 펀드들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삼성투신의 `삼성밀레니엄드래곤승천` 펀드는 8월26일 이름을 `삼성스트라이크펀드`로 바꿀 당시만 해도 설정액 114억원이었지만 개명후 부각되면서 12월10일 기준 1341억원으로 늘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네비게이터주식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펀드`에서 2007년 5월 이름을 바꾼 이후 올 한해동안에만 1690억원 가량이 추가로 설정됐다.
 
김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펀드는 연초에 자금이 많이 몰렸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펀드를 비롯해 러시아나 브라질과 같은 관련국 펀드에도 돈이 들어왔다"며 "설정한지 3~5년이 지난 대형 펀드에서 주로 자금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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