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금융제국 `씨티`..구원투수는?

`샌포드 웨일의 적자` 찰스 프린스, 신용위기 만나 하차
차기 후보로 존 테인과 비크람 팬디트 물망에
CEO만의 문제 아니다 지적도..방만한 조직 구조조정해야
  • 등록 2007-11-06 오후 2:51:19

    수정 2007-11-06 오후 3:19:06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척을 지목한 샌디의 탓이 크다!"

금융 제국 씨티그룹을 완성한 샌포드(샌디) 웨일(75) 전 씨티 회장은 제국을 물려줄 후계자로 찰스(척) 프린스(58)를 낙점했다. 하지만 웨일 전 회장이 선택한 왕자는 오히려 씨티왕국의 위상을 허물어뜨리는 장본인이 됐다. 프린스 회장은 신용경색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채 중도 낙마했고, 씨티의 손실은 시장불안의 진앙으로 자리잡았다.

`씨티 신화`를 칭송했던 주주들도 오히려 씨티가 증권과 투자은행, 카드사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면서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씨티의 덩치를 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워싱턴과 월가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로버트 루빈(70) 회장이 등장, 차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때까지 씨티를 이끌게 됐지만 월가는 그의 능력이 카리스마 넘치던 웨일 전 회장보다 탁월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산접은 씨티 제국..`프린스 결국 사임`

 
▲ 찰스 프린스

곳곳에서 균열음이 새어나오던 `씨티 제국`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신용 위기였다.

자산 기준 미국 최대은행이지만 미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아메리카은행(BOA)에 뒤졌고, 씨티발(發) 금융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프린스 전 회장은 자리를 보전해왔다.

프린스는 US스틸의 변호사로 시작해, 웨일 전 회장의 수석 고문변호사로 20년간 근무하면서 씨티의 왕자로 지목됐다. 지난 2003년 10월 씨티 CEO로 취임했고, 지난해 회장직도 물려받았다.

신용위기로 씨티가 3년 만에 가장 적은 분기 순익을 기록한 가운데 프린스 전 회장은 재신임에 성공했지만, 결국 4분기 추가 상각 소식과 함께 사임을 선택했다.

10월초 발표한 상각분에 추가로 80억~110억달러 상각이 더해질 것으로 보여, 4분기 순이익은 50억~70억달러가 줄어들 전망이다. 3분기 순이익도 기존 23억8000만달러에서 22억1000만달러로 정정했다.

시장에서의 신뢰도 추락했다. 3대 신용평가회사중 한 곳인 피치는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S&P는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존 테인과 비크람 팬디트` 차기 회장 물망에

▲ 우산으로 유명한 씨티그룹의 이전 상표(왼쪽)와 현재 상표.
루빈 회장과 빈프리드 비쇼프(67) CEO가 함께 꾸려가는 임시 체제에서 씨티는 차기 회장 겸 CEO를 물색하고 있다.

차기 대표 선정위원회는 알랜 벨다 알코아 회장, 리차드 파슨스 타임워너 전 CEO, 프랭클린 토마스 포드재단 전 이사장 등으로 꾸려져 있다.

루빈 회장은 "유력인사 및 인재들과 두루 인맥을 쌓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물"을 차기 회장 겸 CEO로 선정할 것이라고 기준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을 비록한 주요 외신들은 NYSE(뉴욕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의 존 테인 CEO와 비크람 팬디트(51) 씨티 IB부문 대표를 유력 후보로 보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씨티의 문제는 비단 지도자 한 명을 물갈이 하는데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려섞인 시각을 제시했다.

방만한 조직 운영 문제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100여개국 이상에 진출해 다양한 금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씨티의 위험 관리 문제를 단 한 명의 CEO가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금융 지주회사의 형태를 씨티가 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금융제국 씨티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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