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지출, 증시하락·회계폭풍 속 활황 지속

  • 등록 2002-07-08 오후 3:03:25

    수정 2002-07-08 오후 3:03:25

[edaily 전미영기자] "지진에도 폭풍에도 미국 소비자는 건재하다"
주식시장의 바닥모를 추락과 이어지는 회계 폭풍 속에서도 미국의 소비지출이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어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미 소비자들은 주식시장의 하락 뿐 아니라 실업률 상승, 신규취업자 수의 예상보다 느린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리세션) 시기에 활발한 소비로 미 경제의 추가 하락을 방지해왔던 민간소비 부문은 경제회복과 함께 지출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올 상반기 3%의 완만한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부의장을 역임한 뒤 현재 프린스턴 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앨런 블라인더는 "제 2의 엔론이나 월드컴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소비 부문이 미 경제를 확실하게 떠받쳐주고 있다는 뜻이다. 블라인더는 "그러나 기업 분식회계 문제는 날로 범위가 커지고 있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엔 소비자 자신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같은 우려가 체감되지는 않고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과 UBS워버그가 공동 집계하는 미 주간 소매매출 지표는 6월 내내 거의 모든 주 상승 곡선을 그렸다.

뉴욕타임스는 애틀란타의 한 쇼핑몰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필요한 게 있으면 쇼핑을 한다"면서 "경제가 약화된다면 물건 가격도 내릴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보다 쇼핑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지출을 오히려 늘렸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철도회사의 기능공인 50대 남자는 자신이 산 주식이 계속 하락하는 걸 지켜보고 있기가 싫어서 주식을 팔고 최근 1만8000달러 상당의 혼다 오토바이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자신감이 전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의 타당성 마저도 의심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주식시장의 상승과 소비지출 증가를 연결시켜 설명했던 자산효과에 대해 프린스턴 대의 블라인더 교수는 "양자의 연관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유연성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저금리에서 기인한 또 다른 자산인 주택가격의 상승이 주식시장 하락의 충격을 경감시키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 주식시장 침체를 소비자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전문가들은 향후 향후 수개월 안에 소비지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UBS글로벌 애셋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빌 마틴은 주가하락으로 자산가치의 감소를 실감하는 단계에 이르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대신 저축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며 이 경우 수요 감소로 경제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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