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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범인의 다양화
얼마 전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회사원, 대학생,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증권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것을 어찌 보면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그 만큼 용이할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업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가조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주가조작을 하는 사람들의 계층과 신분이 다종 다양화되어 가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가격이나 거래동향을 조작하는 행위, 즉 특정 유가증권에 관한 시세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킴으로써 시세 차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는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공정한 경쟁의 "룰"을 해치는 행위로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 주가조작에는 허위정보를 널리 유포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주가조작을 하는 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수단이 되고 있다. 웹사이트, 전자게시판, 대화방 또는 그외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허위정보가 유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감한 15세 청소년
지난해 가을 15세의 한 미국 고등학생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주가조작을 하여 27만달러 이상을 챙긴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하였다. 감독당국은 당시 뉴저지주에 살고 있었던 조나단 레베드라는 소년이 14살이던 지난 9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9개 종목의 주식을 대상으로 모두 11차례에 걸쳐 허위 정보를 퍼뜨려 한 번에 최저 1만달러에서 최고 7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을 밝혀냈다.
이 소년은 주당 1달러 내외에 거래되는 싼 주식들을 한꺼번에 매수한 후, 야후메신저 등을 통해 좋은 호재성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끌어 올리는 대담한 수법을 사용하였다. 또한 24시간 이내에 주식을 매수·매도하였고 직접 작성한 허위정보도 15세의 소년이 작성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능란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그는 또 평소 주식에 관심을 많은 아들을 위해 부모가 만들어 준 2개의 증권 계좌를 이용해서 주식거래를 해왔으며, 수업시간 중 주가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정가격 매도주문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레베드는 지난해 1월 어느 날 주당 1.37∼2.00달러에 거래되는 만상홀딩스의 전체 유통물량 중 33%를 매수하였다. 이날 밤 레베드는 야후메신저를 통하여 만상홀딩스는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주식"이라는 내용의 글을 띄웠고, 이 회사 주가는 순식간에 20달러까지 치솟았다. 다음 날 만상홀딩스는 100만주라는 폭발적인 거래량 속에 주가가 2배로 수직 상승하였고, 그동안 이 대담한 소년은 3만5000달러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이 소년은 오래 전부터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다. 레베드는 21세기의 청소년들이 가장 갈망하고 있는 것, 바로 인터넷으로 돈을 버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빌 게이츠를 영웅처럼 믿고 있는 레베드는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거물로 불리는 것을 바랬던 것이다. 어디를 가나 검정색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다녔던 레베드는 늘 친구들로부터 주식투자에 대한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레베드의 한 친구는 말하기를 "레베드는 질문을 받더라도 결코 아는 척하는 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레베드의 이런 겸손함 뒤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레베드는 자기 집의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주식투자로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레베드는 이 사건이 적발되어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당당해 하였다.
◇범죄의 용이성 만큼 노출도 쉽다
위의 사례는 주식투자 인구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은 젊은 세대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더욱 용이하게 해주었다.
예전에는 객장에 나가야 하였지만 지금은 객장에 나가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나 온라인을 통한 주문을 함으로써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증권범죄를 더욱 용이하게 범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이 적발 또한 용이하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범죄는 더욱 더 그런 속성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거래를 하더라도 그 흔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의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며, 또한 인터넷상에서 감독당국은 잠자지 않고 "사이버 거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자의 저변 확대는 안타까운 일이나 인터넷 시대에는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증권시장을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도의 장기투자가 바람직한 투자원칙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당국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투자자에 대한 교육 및 지원에 대한 방안을 강구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