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차입 부담 커진 LG화학, 신용등급 하향 가시화

LG화학, 3Q 차입금 28조…전년말 대비 28% 상승
글로벌 신평사, 레버리지 이유 들며 아웃룩 하향 조정
업황 악화 장기화에 현금창출력 감소…조달 부담 확대
  • 등록 2024-11-08 오전 9:00:00

    수정 2024-11-08 오전 9:00:0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LG화학(051910)이 차입금 비중 확대로 향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불어난 차입금이 금융비용과 재무부담을 가중시켜 자금조달과 직결되는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LG화학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움직임에 나섰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협력업체를 방문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8일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은 28조1130억원으로 전년 말 21조9280억원 대비 28.2% 증가했다. 이 중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이 9조1370억원, 그 외 장기 차입금이 18조9760억원이다.

이에 따른 LG화학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32.5%에 달한다. 차입금비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53.6%에 불과했던 LG화학의 차입금비율은 올해 2분기 말 55.9%로 오르더니 올해 3분기에는 61.6%를 기록하며 60%선을 돌파했다.

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보유 현금은 오히려 줄어 순차입금 부담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9조2790억원으로 전년 말 12조7860억원 대비 50.8% 급증했다. 순차입금 비율은 42.3%로 같은 기간 31.2% 대비 11.1% 상승했다.

이처럼 LG화학의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경우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며 하향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 2월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부정적 전망은 단기간 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S&P와 무디스 모두 LG화학 신용등급 전망 하향 이유로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부진 장기화와 대규모 자금 지출에 따른 차입금 부담 확대를 꼽았다.

이는 매년 현금창출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LG화학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금창출력이 둔화한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향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할 경우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화학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6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90억원 대비 11.3% 줄었다. 매출도 12조67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3조4950억원 대비 6.1% 감소했다. 이에 따른 EBITDA 마진율은 6.4%에서 3.9%로 2.4%포인트 하락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특히 신용평가업계에서 석유화학 업종의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과거 50%에 육박했던 국내 화학 업체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감소해 현재 40%를 하회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재무 위험 수준이 높고 중단기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 내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현 수준의 유가 전망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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